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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대사 2화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대사 2화

 


 

 

 

 

 

 

은탁 - 오~ 처음 듣는 척 하는 것 봐~
도깨비- 하지 마
은탁 - 오~적극적으로 부정 안 하는 거 봐~ 자, 그럼 저리로 가봅시다. 신혼여행이다~ 생각하고
도깨비- 야! 야! (하면서도 신나서 뛰어다니는 은탁을 쫓아다님.)

단풍나뭇길을 걸어다니며)
은탁- 이것인가, 나를 위한 레드카펫 함께 걸어서 영광이죠 다행이다 영광은 굴비지 할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근데 저 표지판은 뭐예요
도깨비- 요정 출몰지역.
은탁- 여기가요 우와~ 요정이 나와요 대박이다~ 로맨틱해~ 아저씨는 좋겠네요~~
도깨비- 내가 왜 좋아
은탁- 요정 출몰 요정 만났잖아요~ 팅커벨 하! 나는 좀 들켜서 속상하네. 내가 올 줄 어떻게 알았지 이런 로맨틱한 추억 만들라고 다 저런 거 만들어 놓은 거예요. 아 근데 이 동네는 이름이 뭐예요
도깨비- 퀘백.
은탁- 오 이름도 멋져. 근데 그거 알아요 떨어지는 단풍잎을 잡으면 (도깨비가 잡자) 잡았어요 빨리 버려요~
도깨비- 왜 그래야 되는데
은탁- 떨어지는 단풍잎을 잡으면 같이 걷던 사람이란 사랑이 이뤄진단 말이에요~~
도깨비- 솔직해 말해 봐~ 그거 방금 지어낸거지
은탁- 아니거든요. 떨어지는 벚꽃잎 잡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는 말이랑 같은 맥락이에요.
도깨비- 나 사랑한다며
은탁- 아저씨 도깨비예요
도깨비- 아니야~
은탁- 그니까요. 빨리 버려요~~~
도깨비- 그럼 넌 왜 잡으려고 했는데
은탁- 저는 쩌~ 오빠랑 같이 걷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도깨비- 오빠
은탁- (단풍 뺏으며) 잘생긴 오빠 가까이 가서 주의깊게 봐야지~ (다녀오더니) 캐나다 귀신 캐나다 귀신~~

(호텔로 간 두 사람)
은탁-아 무서워, 귀신이랑 눈 마주쳤어. 울렁거려....
도깨비-너 귀신이랑 마주 마주친다며~ 뭐가 무서워~

은탁- 영어로 말 걸 잖아요, 귀신이 영어로 말 거니까. 아니 근데 이 아저씨가 여기 호텔아니에요
      암만 외국이라도 그렇지 고딩이랑 호텔은 그렇지 않나 이쪽 이쪽 하더니~
도깨비-너 나한테 시집 온다며
은탁- 아저씨 도깨비예요
도깨비- 아니야~ 여기서 쉬고 있어.
은탁- 어디가요
도깨비- 볼 일 있어.
은탁- 무슨 볼 일이요~ 저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외국 처음이라서 엄청 무서운데...
도깨비- 엄청 무서운 애가 여기저기 잘도 뛰어다니더라
은탁- 그거는 다 아저씨가 옆에 있으니까 믿고 그러는 거죠~ 오래 걸러요 누구 만나는데요~~~     아~ 여자 만나는구나 그쵸~ 캐나다까지 왔는데 무슨 약조가 있었겠죠~ 나보고 도깨비 신부가 아니라는데 다 무슨 맥락이 있었겠죠~   알겠어요, 뭐 다녀오세요. 난 뭐 돈도 없고 여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 막 불안정하지만 혼자 기다려야겠죠.  제말 무슨 뜻인지 알죠
도깨비- 모르겠는데~
은탁- 한 10달러만 빌려 줄 수 없겠냔 뜻이죠~ 아저씨가 저를 버릴 수도 있고, 뭐 의도적으로든 실수로든 그럼 제가 대사관에 전화를 해야 하는데~
도깨비- 내가 너 버리면 소환해. 대사관보다 그게 빨라 난.
은탁- 100달러도 아니고 10달러 아끼자고 저렇게 설득력을 갖춘다~! 주지 마세요, 그래요~ 네! 주지 마세요~ 주기만 해요! 네!

 

 

(저승사자,  후배랑 카페)
후배 - 잔돈이랑 영수증이요, 이건 말씀하신 기타누락자 서륩니다.반드시 수기 작성하시랍니다. 근데 기타누락자가 왜 생기는 겁니까 전 기타누락자가 존재한다는 얘기만 들었지 실제로 있다는 건 처음 들어서요.
사자 - 신의 변덕 같은 거야. 인간들은 그걸 기적이라 부르고. 우리들은 그걸 기타누락자!라고 하는 거지.
후배 - 아~ 그럼 선배님 건도 기적입니까~
사자 - 특이 케이스. 생사부에도 명부가 없어서. 어떻게 적용해야 될지 모르겠다.
후배 -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픕니다. 근데 선배님 이사하셨다면서 집들이 안 하십니까
사자 - 전세라
후배 - 저도 이사가야 되는데... 근데 집주인이 신기가 있는지 자꾸 꿈에 저승사자가 나온다고. 아주 죽겠습니다~
사자 - 그러게, 내가 집터 잘 보라고 몇 번을 말했어~
후배 - 옥탑방. 꼭 살아보고 싶어서요. 근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저승사잔데 무슨 살 집도 있어야 하고, 잠 못 자면 졸리고 밥 안 먹으면 배 고프고.. 요 며칠 야근했더니 피곤해 죽겠습니다.

(사자 찻집. 교통사고를 낸 남자와 그 사고로 죽은 여자. 여자에게만 차를)
사자 - 드세요. 이생의 기억을 잊게 해 줍니다.
망자 - 정말 다 잊어야 하나요 저 인간에 대한 원망도
피의자 - 이 여자야! 죽은 마당에 다 지 팔짜인거지 뭘 또 꼬라 봐~ 꼬라보길!
사자 - 그러는 편이 좋습니다. 망각 또한 신의 배렵니다.
피의자 - 근데 이거 왜 이 여자만 주고 나는 안 줘
사자 - 당신은 기억해야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사람 치어서 죽게 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은탁 뱃속에 있을 때 친 그 사람이다>
      처음엔 차 한 잔 못 마신 이 순간을 후회할 거야. 다음엔 차 한 잔 못 마신 이유를 되짚을 거야. 다음엔 깨달을 거야. 그 어떤 순간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그리고 넌 이미 지옥에 있다는 걸. 온몸이 매일 조각조각 찢길 거야. 고통에 몸부림치는 매 순간 너는 후회하겠지만 그 고통은 끝나지 않을 거야. 영원히.
피의자 - (무릎 꿇고)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사자 - (하늘을 가리키며) 글쎄. 워낙 신경질 적이셔서.  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진 죄로 지옥을 살고 있는 이를 하나 알지. 그 또한 수없이 빌었을 거야. 용서해 달라고. 그래도 소용 없었지. 그는 여전히 지옥 한 가운데 서 있으니까.
 
 
 
(캐나다 어느 멋진 곳, 묘비 몇 개 앞에서)
도깨비- (내) 함께 고려를 떠나왔던 어린 손자의... 손자의.... 손자를 묻었다. 이 삶이 상이라 생각한 적도 있으나 결국 나의 생은 벌이었다. 그 누구의 죽음도 잊히지 않았다.
(지나온 생 회상중. 천둥 번개가 치는 어느 날 가슴에 꽂힌 칼을 잡아 당겨 보지만....소용 없었고 절망하는 모습)
도깨비- (꽃을 놓으며) 그간 편안하였느냐.. 자네들도 무고한가.. 나는 여태 이렇게 살아 있고...... 편안하지 못하였네......

(여기저기 다니다 바닷가 근처 묘지 앞에 서 있는 도깨비를 찾아낸 은탁) (빙긋 웃으며 혼잣말) 찾았다.
(잔디에 앉아 민들레 씨방을 날리고 조용히 기다린다.... 한참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은탁을 발견한 도깨비)
도깨비- 얌전히 있으랬지
은탁- 얌전히 있었어요~ 온 줄도 몰랐으면서. 볼 일이 여기였어요
도깨비- 다 끝났어. 가려던 참이야.
은탁- 근데 아저씨만 묘비명이 없네요. 매번 이렇게 살던 곳을 떠나는 거예요 몇 번이나요
도깨비- 안 세어 봤어.
은탁- (1801년에 죽은 묘비에 대고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지은탁입니다~ 대락 한 200년 후에 아저씨 신부 될 사람입니다.
도깨비- 아니야!
은탁- 아닌가 봅니다. 그치만 한 200년 후에도 아저씬 여전히 멋있으세요. 때때로 좀 못되긴 했지만 반듯하게 잘 크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전 이만. (꾸벅 인사) 가요.

 

(어두워진 캐나다 길을 걸으며)
은탁- 오래 살았어요, 여기
도깨비- 온 산 중에 저 오두막이 호텔이 될 만큼 오래 살았어. 처음 정착한 곳이 여기였거든.
은탁- 아깝다~ 그때 그 오두막을 샀어야 하는 건데~ 그럼 저 호텔이 아저씨 건데~~ 설마 저 호텔이
도깨비- 그 눈빛은 뭘까
은탁- (꾸벅 고개 숙이고 사탕 내밀며) 이거... 드실래요
도깨비- 너 이거 어디서 났어 돈 없잖아
은탁- 그래서 훔쳤죠~ 얼른 드세요. 빨리 먹어 없애야 돼요~
도깨비- 뭐
은탁- (웃으며) 믿는다 그걸, 신기해서 쳐다보니 불쌍한지 주더라고요~ 근데 진짜 저 호텔이 아쩌시 거예요
도깨비- 안 늦었어
은탁- 어딜요
도깨비- 학교
은탁- 지금 한국 몇 시예요
도깨비- 오전 열 시.
은탁- 아이 죽었다. 담임한테. 저 그냥 여기서 살까요 지각보다 불법체류자가 낫지, 그죠

(광화문에서 헤어지며)
은탁- 아~ 잘잤다~ (도깨비가 쳐다 보니) 꿈에서 깬 거 같아서요. 저 외국여행 가는 거 상상도 못해봤는데. 덕분에 외국도 가고.
       오늘 감사했습니다. 그럼 전 이만. 꿈 깼으니까 이제 등교해야죠.
      제가 오늘 혹시 민폐 끼쳤더래도 한번만 봐 주세요. 제가 진자 너무 신나서 그랬을 거니까요.

 


(학교)
담임 - 지은탁! 지금 몇시야 몇시야 지금~~
은탁- 죄송합니다.
담임 - 너 고3이야. 고3이 어떻게 3교시에 등교를 해 너 급식 먹으러 학교 다녀 아님 학교 다니기 싫어
      수시도 접수했고 고3 끝났지 아주 대학 붙었어 아주~ 등록금도 없다면서
은탁- 죄송합니다.
담임 - 너 부모님 밑에서 힘들게 사는 거 아는데 너만 힘든 거 아니다 수능 막바지고 너 대학 못 간다고 다들 애들한테 피해줄 수는 없잖아
은탁- 저.. 대학 갈 건데요
담임 - 어머 쟤 눈빛 좀 봐~ 가! 누가 가지 말래 왜 꼭 좋은 말 해도 이런 식이더라~ (전화 온다) 잠깐 기다려
      안녕하셨어요~ 지수 어머니~ (태도 바꿔 엄청 반갑게 받음) 아 네네~ 아이고 별 말씀을~~ <탁 괴롭히는 학급 친구의 엄마>

(은탁. 비 오는 저녁 라디오 들으며 버스정류장에 앉아 단풍을 바라보며 도깨비를 생각한다.)

 

(도깨비집 TV보며 쉬는 사자에게 가서)
도깨비- 바빠
사자 - 어, 바빠.
도깨비- 그럼 나 좀 따라나와 봐, 바짝 따라와, 너무 붙진 말고
사자 - 바짝 따라갈 만큼 중요한 일이어야 할 거야~ 안 그럼 죽는다~
도깨비- 그걸 확인하는 거야. 나의 생사여부
(현관문 열자 메밀밭에 간다, 사자는 현관 밖으로 나가고. 좀 기다리다 못 따라오자, 메밀밭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현관문 밖)
사자 - 왜 거기로 나와
도깨비- 신기하지 저승사자도 그저 신기한 걸 그 아인 했단 말이지....
사자 - 뭐, 누구 누가 뭘 했는데 다시 해!(하며 도깨비 귀 가까이 다가가자)
도깨비- 무슨 짓이야
사자 - 왜, 뭐! 승부욕이야~ 어디로 가
도깨비- 난 그냥 욕이야~ 꺼져! 멀리가 멀리! 꺼져!
사자 - 니가 그러고 들어가면 내가 뭐가 돼! 뭔데 내가 뭘 못하는데~ (덕화 옴)
덕화 - 세입자 님
사자 - 아휴~ 깜짝이야!
덕화 - 우리 세입자 님, 왜 나와 계세요~ 밖에 추운데~ 삼촌은...요
사자 - 안에
덕화 - 아뇨아뇨, 사실 저는 우리 세입자 님 뵈려고 (하며 다가가자 피하는 사자)
사자 - 거기 서.
덕화 - 아, 스킵십은 굉장히 싫어하시는구나, 아 뭐 되게 중요한 건 아니구요, 혹시 생활하시는데 뭐 불편하신 점은 없으신가 해서...
      갑자기 막 습해진다든지~ 문 밖이 막 환해진다든지.
사자 - 난 그저 그쪽 삼촌이 갑자기 막 집만 나가줬으면 좋겠거든
덕화 - 그죠, 사실 저도 삼촌이 하루 빨리 국제로 나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알고 보면 되게 큰 사람인데 왜 한국에서 저러고 있나 싶고. 막... 느껴지시죠
사자 - 아니.


덕화 - 안 느껴지시는구나.... 근데 앞으로도 제가 들릴 것 같아서 그러는데.. 호칭을 뭐라고....
     계속 세입자 님~ 세입자 님~ 하면 너무 정 없어 보여가지구요. 삼~촌은.. 너무 다정할까요
     하...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끝방삼촌~ 저 한 번 만 살려 주세요~
     혹시 어떤 할아버지가 와서 누구냐고 물으면 그냥 놀러왔다고 해 주시면 안 되나요 그분이 끝방삼촌한테 세 놓은 걸 알면 저 죽거든요
사자 - 그 할아버지가 누군데
덕화 - 저희 할아버지요.. 흐흠. 저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끝방삼촌의 편에 서겠습니다. 진짜로~ 진짜로요.

 

 

 
(화장실에서 문 잡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나 확인하던 은탁, 그곳에서 만난 삼신 젊은 버전.)
삼신 - (세면대) 쓸 거야 학생
은탁- 아니요, 쓰세요.
삼신 - 고3
은탁- 어떻게 아세요
삼신 - 교복입고 눈깔 퀭하면 대부분 고3이더라고~
은탁- 아.. 눈깔...
삼신 - 어디 살아
은탁- 저.. 요 근처에 살아요..
삼신 - 잘됐네~ 이거 가져가서 먹어.
은탁- 시금치네요.
삼신 - 부담 갖진 말고~ 남자한테 받은 거야.
은탁- 오~ 시금치를 요
삼신 - 집에 가서 가족들이랑 나눠 먹어, 꼭~

 


(은탁 집)
은탁- 다녀왔습니다~
이모 - 야, 넌 다 저녁이 되도록 어딜 싸돌아 댕기다 이제 와
은탁- 학교 끝나고 바로 오면 이젠데요
이모 - 너 자꾸 꼬박꼬박 말대꾸 해~
사촌오빠 - 엄마, 나 배고파
이모 - 나도 고파, 이 새끼야~ 아휴~ 남의 집 새끼들은 밖으로 잘만 돈다는데... 빨리 밥이나 해! 너 하나에 지금 몇 사람이 기다려, 이 기지배야!
은탁- 네~ 네~
이모 - 대답을 한 번 만 해~ 어!
은탁- (냉장고를 열어도 반찬 할 만한 게 없다, 그때 시금치가 생각나서 시금치와 달걀 단무지 무를 넣어 김밥 싼다)
사촌언니 - 엄마, 이것 좀 봐, 쟤 해외로 튈 준비 하나봐~ 검색해 봤는데 여기  캐나다야 (팸플릿)
이모 - 뭐, 이리 줘봐~ 오~내 이년이 이럴 줄 알았어~ 보험금 들고 해외로 튈라고 니가 이러고도 통장이 없어 어!
은탁- 주세요, 그냥 기념으로 갖고 있으려고 했던 거예요.
이모 - 이게 왜 기념이야 뭐가 기념이야 너가 언제 이런 데 가봤다고 기념이야~
      어 그래 오늘 너 잘 걸렸어. 니가 키워 준 은혜를 이따구로 갚아 이따구로~! 이따구로~! (하며 때림)
은탁- 주세요, 제꺼니가 주세요!
(그때 김밥을 썰던 사촌언니는 칼에 손 베고,  김밥 먹던 오바는 체하게 된다, 팸플릿이랑 김밥 하나 들고 나가는 탁)
이모 너 어딜 도망가 거기 안 서~

 

(동네 계단에 앉아 쓸쓸하게 김밥을 먹으며 팸플릿을 보는 은탁, 침대에 누워 지은탁이 궁금해지는 도깨비)
도깨비- 소환도 하고, 문도 따라 들어오는데, 검은 못 본다 대체 뭐란 말이냐 너는...
      (사랑해요~ 시집갈게요~를 떠올리며) 무엇보다 그 말이 진심이면 퍽 난감하군.
      호기심은 항상 품위를 이기는 법. 매우 궁금하니 가서 물어봐야겠다.

 


(이모가족이 잠들 때까지 동네 배회하다 도깨비를 만난다)
도깨비- 야~본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불러내, 그것도 이 밤중에~ 내가 바쁜 와중에 중요한 게 있었는데 어떡할거야~ ( 화난 척)
은탁 - 저 안 불렀는데요
도깨비- 너 불렀어!
은탁 - 아닌데~ 이번엔 진짠데.
도깨비- 너 방금 내 생각,했어~ 안 했어~
은탁 - 아! 그게~
도깨비- 거봐, 맞았지 내 생각했지 니가 그렇게 내 생각하니까 내가 이렇게~ 바쁜데 자꾸 이렇게 불려 나오는 거 아냐~ 아휴~ 피곤해!
은탁 - 내가 아저씨 생각만해도 소환되는 거예요
도깨비- 거, 정확하진 않은데, 섬세하고 예민한 편이니까, 서로간에 주의 좀 하자~
은탁 - 아, 죄송해요.
도깨비- 내 생각, 뭐 했는데 어떤 종류
은탁 - 그게...., 캐나다 예뻤는데..... 여기서 살면 행복하겠다.... 그래도 잠깐은 행복했네...그런 생각 하다 보니까
      아저씨 생각이 당연하게 나서... 옷도 비싸 보이고, 시계는 더 비싸보이고.. 호텔도 자기꺼 같고. 좋은 건 다 가졌는데..
      왜 슬퍼보이지..... 그런 생각으로 이어진 건데..
도깨비- 뭐 그건 그렇고. 왜 그렇게 뺑글뺑글 도는 건데~ 이 밤중에 수상하게~
은탁 - 그건 또 어떻게 알아요
도깨비- 나도 뭘 좀 몰랐으면 좋겠다..
은탁 - 이모 잠들 때까지 기다리려구요, 한 12시면 잠들어요~
 

 


(은탁 동네 함께 걸으며)
도깨비- 먹은 거 소화 안 돼서 걷는 거야.
은탁 - 알아요. 아까도 말했는데. 뭘 되게 ~잘 드셨나 봐요~
도깨비- 오해하지 말라고.
은탁 - 그말도 세번했어요~ 가셔도 되는데...
도깨비- 그말도 세번했어.
(그때 수지가 그들을 발견)
친구수지 - (메세지로) 대박, 원조교제 현장 발견. 남자 딱 봐도 삼십대.
친구 - 미친! 인증샷 찍어서 단독방에 올려 얼른~ (사진 찍으려 하자, 아무도 없는 빈 승용차 문이 열리며 수지 쓰러짐)
친구 - 아이씨 뭐야~ 문은 왜 열어~ (아무도 없고 문 저절로 닫힘) 엄마~~

 

 

(김써니가 운영하는 치킨집에 들어서며)
은탁 - 실례합니다.
김선- (머리 찰랑~ 여신 포스) 어서오세요~ 포장
은탁 - 아, 저 손님아니구요~ 요 앞에 알바구한다고 붙여놓으셔가지구. 사장님 안 계세요
김선- 계시네, 여기. 고딩
은탁 - 아 네~ 아~사장님이셨구나~ 전 너무 예쁘셔서 손님인 줄 알았어요~
김선- 그지~ 손님 예쁜데. 근데 손님 본 지가 언젠지 모르겠다....


은탁 - 궁금하신 거 있음 물어보세요~ 참고로 전 사장님 조건 다 맞출 수 있거든요. 제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어서..
      제 나이 아홉살에 조실부모하고 사고무탁하여 혈혈단신...
김선- 아 무~ 우리집 무 맛있는데~ 손님이 무 달라고 한 게 언젠지 모르겠다~ (강냉이 주며) 먹을래
은탁 - 감사합니다~
김선- (무심한듯) 가난하니
은탁 - 아, 그런 편이에요.
김선- 학교는, 안 다녀
은탁 - 다니는데요.
김선- 좋겠다, 어려서.
은탁 - 네
김선- 있다 약속있니
은탁 - 아니요.
김선- 그럼 오늘부터 우리 일일이다~ 일 해. (무심한 표정)
은탁 - 정말요 정말 열심히 할게요~ 정말! 진짜!
김선- 그래 너 알아서 해~
은탁 - 아저씨가 말한 닭은 치킨이구나~
김선- 그지~ 닭은 치킨인데~ 근데 손님이 치킨 달랜 지가 언젠지 모르겠다. (뻘쭘 지은탁)

 
 


(알바 구해서 신 난 지은탁. 마음속으로 도깨비 생각을 해도 소환이 안 나타나자 라이터로 소환, 포크로 고기 먹는 중에 소환 된 도깨비)
은탁 - (생각으로 - 아아~ 아저씨 뭐 하세요~ 제 생각 들리세요~) 뭐야~ 생각해도 안 오네 뭐~  (소환 후)
은탁 - 대박~ 저 알바 붙었어요~ 사장님 완전 미인... 어우~ 완전 비싼 거만 먹어~ 근데 돈오백을 그렇게~ 안 해준다~~
도깨비- 그, 핸드폰 걸고, 받고, 약속하고 만날 생각은 없니 문명인답게~
은탁 - 전 이대로 괜찮은데~
도깨비- 내가 안 괜찮아~ 내 생각은 안 해
은탁 - 생각해도 안 오던데요 뭐. 미래를 약속하고 만날 생각은 있는데~ 사랑해요 (또 활짝 웃는다)

 

 

(도깨비집, 자려는 사자방에 문 팍 열고 들어와)
도깨비- 이 옷이 더 낫지
사자 - 뭐가
도깨비- 아까 입은 옷이랑, 솔직히!
사자 - 옷을 갈아..입었어
도깨비- 그럼, 이 옷이랑 이 책은 어울려 아무래도 계속 부를 기세야. 언제 어디서든 지적이고 빈틈없는 모습이고 싶어
사자 - 누구한테
도깨비- 제발 집중 좀 해! 내가 집 떠날 때 입을 옷이라고 생각해~ 그럼 쉬울 거야~
사자 - 멋져! 막 눈 부셔~ 최고~
도깨비- 이 옷은 아니란 얘기네~ (다시 나갔다 들어와) 이 LP가 나아 이 CD가 나아 클래식부터 케이팝까지 편견없이 듣는 설정이야~
사자 - 요세 애들.. 다 파일로 들어~
도깨비- 야~ 이 그림이 나아 이 그림이 나아
사자 - 나가!
도깨비- 포스트 모더니즘이랑 이상주의까지 아우르는 설정인데.
(영안실 분위기로 얼굴까지 하얀 이불 뒤집어 쓰고 자려는 사자, 위에 올라가)
도깨비- 너 이러구 자
사자 - 왜 난 이러구 자야 편해
도깨비- 하지 마! 이제 방이야 영안실이지~ 화환은 안 필요해
사자 - 그냥 좀 자자. ㅠ.ㅠ
(일어나 보니 울긋불긋 이불과 잠옷을 입고 있고

수면 모자를 쓰고 있음. 열 받은 사자 부숴버릴거야~, 빨래를 널며~)
도깨비- 뭐하냐
사자 - 빨래가 다 말라서
도깨비- 열심히 해~
사자 - (노래) 도깨비 빤스는 튼튼해요~ 질기고도~ 튼튼해요~
도깨비- 하지마!
사자 - 아~ 이 노래가 니 노래였어 몰랐지, 난. 어쩐지 되게 몰입되더라~ 도깨비 빤스는 더러워요 냄새나고 더러워요~
도깨비- 경고했다!
사자 - 도대체 빤스에 뭔 짓을 했길래~ 이게 노래로 남을 정도면
도깨비- 아니야! 아니라고!
사자 - 대체 빤스에 뭔 짓을 하면 노래로 남지~ 되게 남자다웠나
도깨비- 하지 말라고!!!!!

 


(도깨비집)
덕화 - 별일 없어, 삼촌 이 때아닌 폭우가 글쎄 성북동에만 쏟아졌..대. 아니 삼촌~ 왜 꾸겨져 있어
도깨비- 덕화야
덕화 - 왜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도깨비- 무슨 안 좋은 일을 말하기 위해서는 그것보다 앞서 너에게 해야 할 말이 있다. 니 집안에 대한 비밀과 내 비극적 운명에 대한 얘기다.
       놀라지 말거라. 사실 나는.
덕화 - 도깨비라고 그 얘기가 아닌가
도깨비- 대체 언제부터 안 것이냐
덕화 - 여덟살 때 알았는데~ 사실 여섯살 때부터 의심은 했어. 삼촌 취하기만 하면 금나와라 뚝딱해서 나한테 금자랑하고 그랬잖아~
(회상 덕화 6살)
덕화 - 우와~ 이거 나 주는 거야
도깨비- 아닌데~~ 히히히
덕화 - 짱나~
(현실)
덕화 - 거기서 일단 진짜 삼촌은 아니구나 싶었고. 지금도 봐봐~ 맨날 이런식인데, (침대 위에 떠 있음) 내가 어떻게,
      조심 좀 해라~ 집에서 새는 삼촌, 밖에선 안 새는지 내가 걱정이다 진짜
도깨비- 그러니까 너는, 내가 도깨비라는 걸 알고 있었단 말이지~ 6살 때부터 쭉
덕화 - 어~
도깨비- 그때도 넌 나한테 어~라고 했단 말이지~ 6살 때부터 쭉
덕화 - 어~(점점 위로 올라가는 도깨비) 니요....

(화가 난 도깨비 덕에 호우주의보 발령, (치킨집, 선 한가하게 앉아 창밖을 보며)
김선- 비오네. 좋다.
은탁 - 뭐가 좋아요 비 와서 손님도 없는데.
김선- 비 안 와도 어차피 손님은 없어~ 어차피 안 올 거 비라도 오니까 좋잖아...
은탁 - 저 우산 없는데...
김선- 내 꺼 많아. 하나 가져가. 맨날 귀찮아서 안 가져갔어. 귀찮으니까 도로 가져오지 말고.
은탁 - 진짜요 저 우산 생겼어요~
김선- 우산 첨 보니~
은탁 - 감사합니다~
김선- 내 인생에도 우산이 생겨야 할 텐데....(강냉이 먹으며) 아, 눅눅해~
은탁 - 새 거 드릴까요~
김선- 됐어~ 아는 맛이야.
은탁 - 어디 가시게요
김선- 그런 멘트는 사장 전용이야~ 알바생~ 넌 나 없을 때 땡땡이 치고 놀면 돼.
은탁 - 에이~ 사장님 안 계시다고 땡땡이 치고 놀면 어떡해요~ 알바생이. 안 보일 때 더 열심히 해야지.
김선- 안 보일 때, 더 열심히 하면~ 사장은 몰라, 알바생.    놀아~ (사장 나가고)
은탁 - 아이 멋있어~ 다녀오세요~

 

(점집)
무당 - 보자보자~ 뭣이 궁금해서 왔는가.
김선- 그건 그쪽이 맞춰야 하는 거 아닌가.
무당- 뭣이 잘 안 풀리지~
김선- 잘 풀리면 여기 안 있지, 가게에 앉아 돈 세고 있지
무당 - 아이고 서방복에 자식복 하나도 없고, 도화살에 역마살에... 어휴
김선- 그니까~ 살이라는 살은 다 꼈어~ 나잇살까지. 나 살 빼야겠죠~
무당 - 이 팔자, 참 춥다~ 혈혈단신 천애고아로구만.
김선- 그건 또 어떻게 안대
무당 - 망망대해에 띄어진 돛단배 같은 인생이네.
김선- 그 배에 잘 생긴 남자랑 둘이 있었으면 좋겠네.
무당 - 어, 보인다 남자. 모자 쓴 남자 조심해, 새카만 모자.
김선- 그 모자 쓴 남자, 잘~ 생겼음 좋겠네.

 

 

(도깨비집, 모자 가지고 나가는 사자)
도깨비- 어디 가
사자 - 세탁소, 드라이크리닝 온리거든 이게.
도깨비- 매번 느끼는 거지만, 그 모자 정말 좋은 계획이야. 망자들 마지막 가는 길에 우스워 보이기.
사자 - 죽음을 찾지 말라, 죽음이 당신을 찾을 것이니~에 입각한 아이템이야. 이걸 써야 망자가 알아봐~ 인간들 눈엔 안 보이구~
도깨비- 어~ 인간들 눈엔 안 보인다니 다행이다~ 많이 창피할 텐데~ 잘 다녀와~ (사자 나가고)
(지은탁이 언제 자길 부를지 몰라 멋지게 책을 끼고 초조하게 기다리는 도깨비.
단풍 코팅한 거 도깨비에게 주려는 은탁.성냥을 불어 끄는데.. 앞에 나타난 건 저승사자, 지은탁은 도깨비인 줄 알고 )
은탁 - 아저씨, 나 아저씨 선물 주려고.....(앞에 있는 저승사자 발견하고 놀라며) 아. 목도리. 목도리 놓고 왔다.
사자 - 역시, 넌 내가 보이는구나~ 십년전에도 지금도... 멘트도 똑같고 (지은탁 도망치며)
은탁 - 사장님이 문 잠그셨으면 어쩌지...
사자 - 소용없어 보이는 거 다 알아~ 이젠, 너 지켜줄 이도 없고.
은탁 - 나도 들킨 거 알거든요
사자 - 이사갔더라 덕분에 십 년 째 찾았는데 오늘 이렇게 보네.
은탁 - 그럼 찾질 말든가~ 이 정도면 이승에서 스토커라고 불러요, 알아요 고소할거야~ 명부에 내 이름도 없잖아요.
사자 - 기타누락자엔 올라가 있어. 19년 치 증빙서류 때문에 골치 아프긴 하겠지만...
은탁 - 그럼, 나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저 죽어요 저 이제 겨우 열아홉인데...
사자 - 아홉살에도 죽고 열살에도 죽어. 그게 죽음이야. 그런데 이번엔 대체 누구랑 있는 거야, 또.
(이때 도깨비 등장하자, 은탁이 다가서 도깨비 눈을 가리며)
은탁 - 눈 감으세요, 눈 마주치면 안 돼요~ 저 사람, 저승사자예요. (손 치우려 하자) 안 돼요~ 눈 마주치면 안 돼요~
도깨비- (지은탁 손 치우며) 괜찮아, 우리 구면이야. (사자를 보며) 일하는 중인가 봐
사자 - 난 그러는 중인데.. 넌 뭐 하는 건지 모르겠네.
도깨비- 난 인간의 생사에 관여하고 있는 중이지.
사자 - 그러니까. 큰 실수 하는 것 같아서.   이 아인 이미 19년 전에.... (큰 천둥과 번개 침)
도깨비- 내가 설명 듣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여
[(생각으로 사자에게 전달한다) 도깨비가 진지할 땐 흘려 듣지 말라고 안 배웠어 조심해. 그대의 생사에도 관여하고 싶어질지 모르니.]
은탁 - 일단 튀어요~ 튀면 방법 있어요.
도깨비- 괜찮아, 너 못 데려가니까.
은탁 - 좀 전에 저를 십 년 동안이나 절 찾고 있었다고...
도깨비- 그래도. 백 년 동안 널 찾고 있었어도, 그래도.
       어떤 사자도 도깨비에게 시집오겠다는 신부를 데려갈 순 없어. 그것도 도깨비 눈 앞에서.
사자 - 어, 그럼 혹시 쟤가
은탁 - 네, 맞아요! 소문 무성한 그 도깨비 신부! 이제 어쩔 건데요 그래도 나 잡아갈 거예요 (그때 앰불런스 소리 들림)

 


사자 - 보아 하니 분위기상 내가 나쁜 놈인 모양인데, 나도 급한 건 저쪽이라.. 자세한 얘긴 이따 하자.
      (지은탁 보며) 우린 또 보자. 오늘처럼 우연히 봐도 좋고. 나랑 선약을 잡아도 좋고. (사자 퇴장)
도깨비- 말해. 할 말 되게 많은 얼굴인데
은탁 - 거봐요, 도깨비 맞잖아요~ 그럴 줄 알았어~ 근데 왜 도깨비 아니라고 거짓말 했어요
도깨비- 처음엔 널 다시 볼 줄 몰랐으니까. 니가 들어올 줄 알았나... 한 번도 누군가가 따라들어온 적 없는 내 문 안으로
은탁 - 그 다음은요 내가 다음에도 여러 번 물었잖아요
도깨비- 그 다음엔 정정할 필요없었으니까.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마 앞으로도 넌, 도깨비 신부가 아니니까.
은탁 - 그럼 난..., 뭔데요 귀신들이 맨날 그놈의 도깨비 거리면서 말 걸고, 안 보면 안 본다고 괴롭히고, 보면 본다고 들러붙고...
       이렇게 살아 있는데... 저승사자는 살아있음 안 된다 그러고... 이런 난 뭐냐구요!
도깨비- 말했잖아. 니가 감수해야 할 거라고. 나한테 따질 건 아닌 것 같은데.
은탁 - (울며)하, 치사해. 너무 치사해. 내가 뭐 도깨비 만나면 진짜로 시집 갈라 그랬겠어요 솔직히 말해봐요 다른 이유죠
      혹시 내가 안 예뻐서, 도깨비 아니라고 한 거 아니예요 아저씨 이상형이랑 너무 동떨어져서 맞네~
도깨비- 아니야
은탁 - 뭐 맨날 아니래~ 도깨비도 아니랬으면서, 맞았잖아요.
도깨비- 너 예뻐. 난 구백 년을 넘게 살았어. 나는 예쁜 사람을 찾고 있는 게 아냐. 나에게서 무언가를 발견해 줄 사람을 찾고 있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너는 도깨비 신부가 아닌 거고. 단지 그것 뿐이야. 니가 효용가치가 없다는 것도 그뜻이거든.
은탁 - 하, 너무 쌈박해서 상처다.
도깨비- 상처받을 거 없어. 외려 다행이라 여겨. 니가 나에게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넌 날 아주 많이 원망했을 거다.
은탁 - 그럼 끝까지 도깨비 아니라고 하지, 이제 와서 왜 밝히는 건데요
도깨비- 아니라고 했던 이유와 같은 이유로.... 괜한 헛된 희망으로 날 불러내지 말라고. 나 이제 여기 곧 떠나거든.
은탁 - 어디루요 아니에요, 대답하지 마세요. 하나도 안 궁금해~ 누가 아저씨 신부한대요 꽃다운 열아홉에 미쳤어요, 내가 다신 안 불러 낼 테니까 맘 편히 사세요~ 나도 아저씨 필요없거든요~ 그냥 아~ 도깨비 이렇게 생겼구나 싶거든요~ (화나서 가다 돌아서 보지만 도깨비는 이미 사라짐. 내내 우는 지은탁)

 


(도깨비 집)
사자 - 드디어 죽는 거야 소문엔 신부가 나타나면 죽는다던데...
도깨비- 애석하게도 못 죽어. 걔가 검을 못 봐.
사자 - 뭐, 아직 못 보는 걸 수도 있잖아. 혹은 홀딱 다 벗어야 보이거나.. 애가 아직 어리던데...
도깨비- 애가 아직 어리니까 얼씬도 하지 마!
사자 - 왜 보호하는데 검도 못 본다며~
도깨비- 그냥 축하나 해. 더 오래 살게 됐으니까.
사자 - 딴 데 가서 오래 살아. 나는 내 생사에 관여하는 도깨비랑은 같이 못 살아!
도깨비- 니가 나가는 아주 쉬운 방법도 있어. 출구는 저쪽이야.

 

(도서관 책상에 옆으로 엎드려 있는 탁, 침대에 누워 있는 도깨비)

 

 
(서점에 가서 도깨비 관련 책을 보다가 신경질이 난 은탁은 코팅 단풍잎을 책 속에 넣어 두고 나가고 그 책을 꺼내는 누군가의 손)


(도깨비 집 베란다. 어디서 연기가 나자 은탁이 부르진 않았지만 손을 한 번 더 쳐다 보는 도깨비.
이상하다 싶어 구석에 가니 덕화가 담배를 피고 있다.)
도깨비- 덕화, 너!
덕화 - 삼촌 있었어~ 삼촌도 피웠다 끊었다며~ (담배 비벼 끔)
도깨비- 언젯적 얘기를! 350년 전이다.
덕화 - 헐~ 미안. (꽁초 주어서 사라짐)


사자 - 쟤 왜 저래
덕화 - 3시간 째 저래요~ 습해서 미치는 줄~ 끝방 삼촌까지 왜 그래요~ 진짜 (사자 하얀 수면 모자 쓰고 있다)
사자 - (벗으며 따지려고 도깨비에게 가자, 도깨비 몸에서 천둥이) 이게 뭉게구름인가.. 그걸 물어 보려고 급하게 왔네...
덕화 - 삼촌, 비는 안 돼~ 누가 치워 그걸
사자 - 딱 보니~ 여자 생각하는 얼굴인데~ 근 한 300년 만에 여자랑 세 마디 이상 나눴는데, 여자한테 상처 준 얼굴.
도깨비- 내가 뭘, 내가 어디가
사자 - 부부 싸움의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나 봐~ 사 주 후에 뵙겠습니다, 뭐 그런 건가
덕화 - 헐~ 대박! 삼촌 여자 생겼어 이뻐요
사자 - 열아홉살이야~
덕화 - 헐~ 대박! 이뻐요
도깨비- 나 걔 생각한 거 아니야, 주식 동양 생각한 거야~ 애 앞에서 별 얘기 다 하는 저승사자!
사자 - 저승사자의 예지력을 우습게 보질 않길 바래, 애 앞에서 여자 생각하는 도깨비!
(놀라는 덕화를 보며)
사자 - 왜
도깨비- 뭐
덕화 - 자각 못했으면 됐어요~ 아니 근데요 상처를 줬으면, 상처 줘서 미안하다, 남자답게 빡! 사과하면 되잖아~ 왜 이러고 있냐고
도깨비- 덕화야~ 니가 아직 어려서 뭘 몰라서 그러는데
덕화 - 시끄럽구요~
도깨비- 작게 말했어~
사자 - 아, 한심하다.
덕화 - 끝방삼촌이 이해하세요~ 어디 내놔도 창피한 삼촌이라 제가 다 미안하네요. 그냥 사과해요~ 남자답게 빡~ 반지~ 빡 빽~ 빡 카드~
(덕화 기둥에 묶이게 된다.)

 

 

(저승사자 일 할 준비하고 나가려는데. 도깨비도 따라 나서려 한다.)
사자 - 어디 가
도깨비- 난 슈퍼. 넌
사자 - 세탁소. (모자 가리키며) 이게 자주 드라이크리닝 온리라. 먼저 간다. 수고해~
(지은탁 집에서 나오는 사자와 들어서는 도깨비 마주침)
사자 - 슈퍼 간다며~ 여기가 슈퍼야
도깨비- 세탁소 간다며~ 여기가 세탁소야
사자 - 그래서 날 미행했냐, 애도 없고.
도깨비- 없어 니가 죽였냐
사자 - 그런 건 굉장히 무례한 표현이야, 부주의한 도깨비.
도깨비- 남의 집에 신발 신고 들어가는 게 더 무례야, 무개념한 저승사자.
사자 - 애 어쨌어
도깨비- 니가 안 죽였어
사자 - 니가 이사가라고 알려줬어
도깨비- 이사 가라고 알려주려고 왔는데 알아서 갔네~
사자 - 이사 간다고 내가 못 찾을 것 같애~ 응


도깨비- 응, 못 찾았잖아. 십 년 동안. 내가 봤을 땐 걔가 이사를 안 가도 넌 못 찾겠는데
사자 - (돌아서 나가는 도깨비를 따라가며) 그래서~ 어디로 이사 갔는데 넌 알지~ 어디야~

 


(이모네 집 나와서 은탁 잘 곳이 없어서 치킨집 매장에서 자게 되고.. 귀신들을 찾아서 신부 관련 이야기 물어 봄)
....괜찮아, 어차피 잠만 잤지...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었어. (귀신들 찾아다님)
저번에 나한테 도깨비 신부라 그랬잖아요~ 왜 그랬어요
아 그거 사투리 쓰는 할머니한테 들었는데~
내가 보니까네 딱 얼굴 보고 살려 준기라~ 느그 엄마가 인물이 좋았잖아~
꼴딱꼴딱 넘어가던 숨이 한꺼번에 확 돌아오는데 한겨울에 여 벚꽃이 호로록 떨어지는데 어찌나 신기하던가~
도깨비가 절 살렸다고요
모르긴 몰라도 니하고 니 엄마는 그날 죽을 운명이었을 기라. 조금 있다가 저승사자가 그 자리에 찾아 왔더라고. 허탕 치고 갔지.
결국에는 자기 신부를 살린 거네~ 오~ 로맨틱 해~~
그 아저씨 말이 다 맞았어요, 애초에 전 미워할 자격이 없었던 거네요. 도깨비 아니었음 태어나지도 못했을 거고.
그럼 울 엄마랑 아홉살 때까지 산 기억도 없었을 거고...
화 냈어 도깨비 한테 심하게
이제 저 어떡해요
그냥 이 참에 나 따라 갈래
뭣을 어떡해~ 도깨비 한테 시집가야지~ (이 모습을 지켜보는 도깨비)

 

 

(통장 때문에 은탁을 찾아다니는 이모)
이모 저기요, 여기 은탁이라는 애 알바 (선 미모 보고 놀람) 어우 깜짝이야~
김선- 어서오세요~ 편한 데 앉으세요.
이모 아니 나 손님 아니니까 아가씨 말고, 사장 나오라 그래. 빨리~ 급해.
김선- 말씀하세요, 급히. (자기를 가리키며) 이 아가씨가 여기 사장이에요.
이모 아, 아가씨가 여기 사장이야 아. 나는 은탁이 걔 이몬데. 이봐 당신.
       당신 대체 누구 허락받고 남의 집 귀한 조카를 이런 데서 알바 시키는거야
김선- 안 귀해 보였어요. 사고무탁이라는 말 알아요 걔가 그거예요~
이은탁 모- 뭔 소리야~ 뭔 탁 걔 그거래
김선- 괜찮아요. 나도 몰라서 인터넷에서 찾아봤어.
이모 아니 근데 이 여자가~ 너 지금 자꾸 어디서 반말이야~
김선- 그죠~ 나도 반마리 시키는 사람 딱 싫어~ 닭은 한 마리지.
이모 아니 뭐 이런 또라이 같은 게
김선- 근데 은탁 이모, 그 귀한 조카 분 지금 학교에 있을 시간인데
이모 아 학교에서는 내가 여러번 해봤는데, 사람도 많고 그래서 온거니까 협조좀 해요. 아니 내가 애가 나가서 걱정이 돼서 그래요~
       야! 애 삐뚫어지면 책임질거야 없는 듯이 있을 테니 신경 쓰지 말고~
김선- (친구에게 전화해 아는 오빠인 것처럼 통화) 어~ 오빠야~ 오랜만이네. 내는 뭐 그럭저럭 지낸다~
       어 뭐 아줌마 한분이 내 곱게 생겨가~ 마음도 고운 줄 아는지 억수로 언짢게 하는 거 빼곤 괘안타.
이모 저게 이씨~
김선- 오빠야~ 니 아직 사람 패고 그러나~ 여자 패도 죄책감 없고 남녀평등 그래 살면 안 된다~ 뭐 지금 온다꼬 여 주소가.
이모 간다 가~가잖아, 가고 있잖아~ 가. 갑니데이.
선 친구 - 뭐야~ 뭔일인데~ 너 사투리 완전 구려~
김선- 알아, 알지만 이거라도 해봤다. 잘 지내지 끊자~
 


(이모 집에 찾아온 사채 업자에게 또 통장 핑계를 대는 이모. 은탁이 갖고 있을 거라며 학교를 알려 주고.
이모 아 진짜, 별 미친년을 다 보겠네. 하여튼 이 기집애 잡히기만 해 봐~ (사채업자 들어온다)
       뭘 집에 까지 와~ 내가 지금 전화하려고~ 막!
사자 - 이봐이봐~ 돈 빌린 사람이 돈 빌려 준 사람보다 속 편하게 산다니까! 내가 뭐 기름치 쳐 남아 돌아서 집에까지 왔겠어
이모 통장만 찾으면 내가 바로 갚는다니까~ 이 기집애가 집을 나가가지고 내가 아주 곤란해 지금~
사자 - (멱살 잡으며) 나는~ 아줌마가 내 전화를 안 받아서 아주 곤란해 , 지금~
       차도 갖고 왔는데, 어디 경치 좋은 야산이라도 함께 구경 갑시다~ 아줌마 (칼도 꺼내든다)
이모 나 어떻게 되면, 당신들 그 돈도 못 받아~걔 법적 보호자가 바로 나야!
사자 - 아이구~ 이 아줌마는 요 주둥이만 살아가지고~ 그 보험금 얘기만 몇 개월 째야~ 진짜 보험금이 있긴 있어
이모 있다니까~ 걔 엄마가 지 죽을 날 아는 것처럼. 태아 보험에다가 지 생명보험까지 팔 년을 꼬박 부어 놨다니까,
       1억 5천 정도나 나왔어~ 근데 이게 통장이 자꾸 없어져~ 재발급을 받아도 이게 자꾸 없어져 내가 아주 돌아버리겠..
      진짜야~ 그 기집애 손에 있어, 확실해~
사자 - 걔가 어느 학교 다닌가 그랬지

 


하교하는 은탁을 납치해서 어디론가 가는 사채업자. 가방을 뒤져 보아도 통장은 없고...
사자 - 학생~ 어디 가~ 학생이 집을 나오면 어떡하나~ 위험하게~
은탁- 아니 왜 이러세요~ (억지로 태움)
사자 - 이모가 많이 걱정하시잖아~ 빨리 타!

 


(도깨비 집 식사 중)
도깨비- 궁금한 게 있는데, 이 집 20년 렌트면 돈이 만만치가 않을 텐데 그 큰 돈이 어디서 났냐
사자 - 상주가 상여나 제삿상 위에 노잣돈을 올려 줘. 망자가 저승 강 건널 때 배삯하라고. 무려 그걸 300년 동안 모았어~
      그러니 내가 이 집이 포기가 되겠어~ 안 되겠어~
도깨비- 와~ 돈 모은다는 표현 되게 오랜만에 듣는다, 나는 금도 많고 돈도 많아서~
사자 - 후추 안 필요해 (후추 던지니 받는 도깨비)
도깨비- 넌 어째 배우는 게 없냐 (사자가 접시 날리다 깬다) 방금 그거 루이14세 때 접시다! 하하하하

 


(은탁 가방 아무리 뒤져도 뭐 하나 나오질 않고
운전하던 사채업자가 담배를 피려고 라이터를 켜자 그 틈에 라이터를 꺼보려 하지만 실패.)
은탁- 저 정말 몰라요, 저한테 통장 없어요~ 이모한테 있어요 (하며 빈다)
사자 - 니 이모는 너한테 있다 그러고, 너는 니 이모한테 있다 그러고, 그럼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네. 그지~ 하며 협박하니
(그 순간 은탁의 목덜미에 있던 낙인에서 파란 빛이 나고...)
사자 -  통장 얻다 숨겼어~
(운전하던 차를 세우는데...하나둘씩 가로등이 꺼지면서 도깨비와 사자가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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