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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대사 1화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대사 1화
 
 
 
 
 
 
 
 
1화

(메밀밭에 꽂힌 녹슨 칼 하나 그 위에 날아다니는 하얀 나비)
삼신- 사람의 손때나 피가 묻은 물건에 염원이 깃들면 도깨비가 된단다.
숱한 전장에서 수천의 피를 묻힌 검이 제 주인의 피까지 묻혔으니 오죽했을까.

신의 목소리 -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검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 평안하리라.

(삼신할매의 내레이션)(육교에서 삼신할매가 젊은 은탁 엄마에게 해주는 말 )
고약한 신탁이었지. 그렇게 해서 깨어난 도깨비는 이 세상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서 없으며 지금도 어딘가에......


은탁엄마 - 근데 그 얘기 너무 슬프다... 지독히 낭만적인 저주잖아요. 죽기 위해 신부를 찾아야 한다니.
삼신- 신은 원래 못 됐어. 이기적이고 질투 많고, 지만 알어~ 지만~
삼신- 생사를 오가는 순간이 오면 염원을 담아 간절히 빌어. 혹여 어느 마음 약한 신이 듣고 있을지도 모르니.
 


(과거)
도깨비- (내) 그는 물이고 불이고 바람이며 빛이자 어둠이다. 그리고 한 때.... 인간이었다. 백성들은 그를 신이라 불렀다.
       시뻘건 피를 뒤집어쓴 채 적을 베고 나아가는 그는 문자 그대로의 무신이었다.


(과거 - 전장에서 적을 물리치고 돌아온 신와 부하들... 어명이라며 갑옷을 벗으라 하자 갑옷을 벗고 김신이 한 발 더 나아가려하자
화살로 몇 부하들 쏘고 죽이고, 김신이 화를 내며 칼을 겨누니 겨우 열어줌)
박 - 백성 위에 왕, 왕 위에 신, 그 신 위에 신을 김신이라 일컫는다 합니다. 저 자의 끝없는 승전보가 백성을 현혹하고
      저 자의 끝없는 권세가 거듭 왕실을 조롱하니 국법으로 엄히 다스리옵소서.


도깨비- (내) 그는 적의 칼날을 정확히 보았지만 자신을 향한 어린 왕의 질투와 두려움은 보지 못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겨눠진 가장 날카로운 칼날이었음을 그는 알지 못했다.


(왕에게 한걸음씩 나가서며 선의 얼굴을 한 번 보고는)
김신- 정녕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왕여- 그러니 더는 오지 마라. 멈추어라! 그게 뭐든, 멈추어라! 그 자리에 멈춰 역적으로 죽어라!

그럼 너를 뺀 모두를 살릴 것이다.
      하나 단 한걸음이라도 더 다가온다면 니놈의 걸음 하나, 시선 한번에, 모두를 죽여 니놈 발치에 깔아줄 것이다!
김선- 가세요, 장군. 저는.... 괜찮습니다.
김신- 저는... 마마 저는...
김선- 압니다... 진정..., 다 압니다. 혹여 이게 마지막이면...., 이 또한 제 운명인 겁니다.
       그러니 가세요. 멈추지 말고.. 폐하께 가세요, 장군.
(왕에게 조금 더 다가서는 신)
왕여- 역모다! 저 집안 그 누구의 숨도 붙여두지 말라! 어명이다!
(화살 맞고 쓰러지는 선, 칼에 죽는 친척들...을 본 부하가 나서며)
부하 - 폐하 어찌 이러십니까~ 하늘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왕여- 하늘이 언제 니놈들 편을 들겠다더냐!

 


도깨비- (죽어가며 내레) 그 누구에게도 빌지 마라. 신은 듣고 있지 않으니.  하루 중 가장 화창한 오시, 그는 자신이 지키던 주군의 칼날에 죽었다.

 


(화면 바뀌어 1998년 서울)
왕여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저승사자로 환생하여 등장.
생을 마감하는 순간을 기다려 '망자'의 이름을 부르고 찻집으로 데려감.
마셔요, 이생의 기억을 잊게 해 줄 겁니다.
안 마시면 어떻게 되나요
안 마신 걸 후회하게 되겠죠. 어떤 후회든 부디 이생에서만 하시길

 

(저승사자의 찻집을 지나는 길에 발견한 도깨비)
도깨비
저승사자 매우 상스러운 갓을 썼군


(화면 바뀌어 현재)
유회장 - 나으리 20년 만에 뵙습니다. 그간 무고하셨습니까(손주 유덕화를 보며) 인사드려라.
덕화 - 별로 안 멋진데 이 아저씨 누군데
도깨비- 니가 덕화구나. 나는 그대의 삼촌이었다가 형제였다가 아들이었다가 손자가 될 사람이다, 잘 부탁한다.
덕화 - 그게 뭐야~ 점점 수상해~~
도깨비- 헌데 넌 고려에서 태어나 이국 땅에 잠든 이와 똑닮았구나, 네 먼 조상의 이야기다.
덕화 - 어디가 그 조상 잘 생겼어


(다시 과거 - 칼이 있는 곳으로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김신을 모시던 시종이 손주와 함께 찾아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신의 목소리 - 너의 백성이 널 살리는구나. 하나 너의 검엔 수천의 피가 묻었다. 너에겐 적이었으나 그 또한 신의 피족
      홀로 불멸을 살며 많은 이들의 죽음을 지켜 보아라 . 그 어떤 죽음도 잊히지 않으리라. 내가 내리는 상이자 그대가 받는 벌이다.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 검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 평안하리라.


(시종 무덤 앞에서)
도깨비- 자네가 내가 받는 첫 번째 벌인가 보네...
손주 - 절 받으십시오. 이제부터 제가 모시겠습니다. 할아버지의 유언이셨습니다.
도깨비- 복수에 눈이 멀어 어찌 지냈느냐 한마디 건네지 못하였다. 그래도 그래 주겠느냐.

(고려를 떠나는 배 안에서)
손주 - 속도 없이 이런 풍경을 보는 게 좋습니다.
도깨비- 나는 네가 속도 없이 이런 풍경을 보는 게 좋다.


(배고픔에 굶주린 상태. 하나의 주먹밥을 손주에게 건네니 배부르다며 도깨비에게 양보한다)
도깨비-먹은 게 없는데 어찌 배가 부를까
손주 - 저는 작아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나으리는 크시니 나으리 드십시오.
도깨비- (반으로 자르며)그럼 이럼 되겠구나
손주 - 갈 길이 멉니다. 나눠 먹어서는 누구도 배부르지 않습니다.
도깨비- 그래서 네가 굶겠단 얘기냐
손주 - 정 배고프면 전 뱃일을 하고 조금 얻어 먹으면 됩니다.
도깨비- 널 얻어 먹게 하려고 데려왔는 줄 아느냐. 날 믿어라. 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람일지도 모르니. 어서.

(뱃사람들이 손주와 도깨비를 괴롭히자)
도깨비- 인간이 짐승 보다 못하면 어찌 되는지 아느냐 분노한 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뱃사람들 모두 죽게 됨)

 

 

(다시 현재)
도깨비- (건물 옥상에서 맥주를 마시며) 속도 없이... 돌아오니 좋구나..... (지은탁 모녀 뺑소니 사건을 보게 됨)
은탁엄마 - 신이 있다면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무나라도 제발요.....!
은탁 모- (도깨비를 보자) 살려주세요
도깨비- 아무나다
은탁 모- 살려주세요 제발요
도깨비- 글쎄 인간의 생사에 관여하지 않는 게 제 원칙이라
은탁 모- 저 이렇게 죽으면 안 돼요.....
도깨비- 네가 살려달라는 게 네가 아니구나
은탁 모- 아....이....를......
도깨비- 그대는 운이 좋았다. 마음 약한 신을 만났으니. 오늘 밤은 누가 죽는 걸 보는 게 싫어서 말이다.
       (은탁 엄마의 임신한 배를 바라본 후 살려주며 은탁을 도깨비신부로 만든 것 같음)
사자 - (그 자리에 저승사자가 나타나 망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피만 가득하다.) 눈과 피와 꽃이라....

(무사히 출산을 한 은탁 엄마. 도깨비신부가 나타났다는 귀신들을 말소리가 들리고....
9살이 된 은탁의 생일 바닷가 엄마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와 처음으로 생

 


은탁- 엄마.. 죽었어요... ....진짜루요 엄마 어딨어요 엄마 지금 어딨는데요
은탁 모- 사거리 병원에.... 병원에서 연락올거야..... 가면 이모도 곧 도착할거고.... 밤엔 추워, 목도리 하고.
      슈퍼 할머니네 가서 같이 가달라고 하고. 앞으론 절대 영혼들이랑 눈 마주치지 말고
은탁- 미안해요. 엄마..... 그런 거 봐서요. 근데 그런 거 볼 수 있어서 이렇게 엄말 볼 수 있는 거니까 난 그냥 괜찮아요.
그래. 이렇게 엄마 봐줘 서 고마워. 은탁아.. 엄마 이제 가야 될 것 같아... 사랑한다. 우리 강아지
나도요. 나도 사랑해요 엄마. 엄마 안녕. 엄마 잘가요 엄마 꼭 천국 가요...네 꼭 꼭

은탁- (혼잣말) 병원에 가려고 준비하며.) 소원 안 빌거야.... 하나도 안 빌거야.... 아무도 안 들어주는데 누구한테 빌어.....

(육교 위에서 삼신할매랑 마지막 인사 나누는 은탁 모)

은탁 모- 할머닌 하나도 안 늙었네
삼신 - 여기서 더 늙을 게 어딨어
은탁 모- 그건 또 그렇네. 오다가다 우리 은탁이 좀.... 들여다 봐주면 안 되나
삼신 - 지랄하네. 니 딸 년을 내가 왜
은탁 모-그냥.. 오다가다요... 배추도 남으면 주고요, 시금치고 남으면 더 주고요...
삼신 - 그러게 그때 죽지 뭐하러 살아가지고
은탁 모- 못 됐어~ 할머니가 알려줬잖아요. 간절히 빌라고..
삼신 - 그 말을 믿는 년이 다 있네
은탁 모- 그 말 믿은 덕에 좀더 살다가요.... 고마웠어요, 할머니..... 인사할려고 왔지. 저...가요...

 

 

 

(은탁 병원에 가려고 집을 나서자 저승사자가 서 있다)
은탁- 아저씨 누구세요
사자 - 너, 내가 보여
은탁- (놀라며) 아! 목도리. 목도리 안 했다. 엄마한테 혼나겠다..
사자 - 했는데, 목도리. 여기자 지연희씨 댁이지 병원에 안 계셔셔 왔거든. 근데 넌 어째서 태어나지 못했어야 할 애가
      너 혹시 올해 아홉살 됐니
은탁- 아저씨 목소리 하나도 안 들리는데
사자 -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삼신 - 가, 이 아이 놔두고 (은탁 그녀에게 가서 껴안는다)
사자 - 이거 업무 방해예요.
삼신 - 업부 방해 같은 소리 하고 있다. 언제적 일을 지금에서야 하고 있어
사자 - 지금이라도 하게 돼서 다행이죠. 저 지금 시간 없어요.
삼신 - 거야, 니 사정이고. 이 아이 이름이 명부에 있어 그때 그 아인 무명이었지만 지금 이 아인 이름 있어.이 아이 이름 적힌 명부 있으면 갖고 와봐 그럼 내가 이 아이 내 줄 테니.
사자 - 명부계에 협조 받으려면 9년 치 증빙 다 올려야 돼요. 아실 만한 분이..... 휴. 또 보자... 꼬마야. (저승사자 사라지고)
은탁- 할머니...엄마가요..
삼신 - 알어. 그건 할 수 없어. 너나 살어. 넌 이사가야 돼. 삼일 안에. 저승사자랑 눈 마주쳐서 여기서 더 살면 안 돼!
은탁- 이사가면 못 찾아요
삼신 - 못 찾아. 그래서 집터가 중요한 거야. 오늘 자정이 지나면 장례식장에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 찾아올거야.
      그것들 따라 가. 고생은 좀 하겠지만... 다른 선택이 없다 넌.
은탁- 근데 이런 거 왜 알려 주시는 거예요
삼신 - 이뻐서. 너 점지할 때....행복했거든... 이거 생일 선물. (하며 배추를 건네 줌)

 

(10년 후 육교위에서 덕화와 삼신할매 )
덕화 - 저기요, 우리 술 한 잔 할까요 (덕화에게 빙의한 신 같음)
삼신- 좋죠~

(고3이 된 은탁 하교길에 비가 내리고.. 우산 없기 가는 그녀 앞을 우산 쓰고 지나가는 도깨비..
그녀의 미래를 희미하게나마 느끼며 뭔가 이상한 끌림에 뒤돌아 은탁이 가는 모습을 봄)

 


(도깨비 집 가만히 앉아 있는 도깨비)
유회장 - 불도 안 키시고
도깨비- 생각이 깊었었네.....
유회장 - 니스에서 거처할 곳입니다. (서류를 건넨다)
도깨비- 그새.....
유회장 - 네. 그리 됐습니다. 덕화가 벌써 스물다섯인걸요. 여기저기 손 좀 보라 일렀으니 이달 말쯤에 가시지요.
      지금 떠나신다면 제 생전에 다시는 못 뵙게 되겠지요.

도깨비- ....모든 순간 고마웠네....
유회장 - 다시 돌아오실 땐 덕화가 모실 것입니다. (덕화 등장)
덕화 - 삼촌~ 할아버지~ 내가 그렇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는데.. 걍 여기 있었네~
유회장 - 어른들 말씀하실 때 끼어들지 말라우!
덕화 - 할아버지 내 카드 끊었어 할아버지가 끊은 거 맞지
유회장 - 내 비서가 끊었다.
덕화 - 이럴 거면 나 재벌 3세 왜 만들었어 (서류를 보며) 삼촌 어디가 어디 가는데  혹시 그거야 삼촌 신부 찾는다는 그거 아니 이 사람아~ 국제 결혼한다고 왜 말을 못 해 왜 말을 못하냐고!
도깨비- 돌아오면 이 아이가 있단 말이지....

 

 

(이모네 집에서 아침 준비하는 은탁, 아침 드세요 남자 하나에 여자 두 분. 구박 받으며 사는 모습 보여줌)
학교 가려고 현관문을 여니 비가 내린다.. 우산꽂이에 우산은 달랑 두 개.
우산을 가져가면 죽는다는 사촌오빠의 고함. (도깨비가 우울해서 그런 듯)
 


(지난밤)
유회장 - 헌데요 나으리. 이번에도 혼자 떠나시는지요
도깨비- 그리 되었네. 내가 만난 그 어떤 여인도 나에게서 검을 발견하지 못하였네.
유회장 - 전 다행인데요~ 검 때문에 고통을 받으실 때는 빨리 신부가 나타났으면 좋겠고.
      또 이리 뵐 때는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고.. 그저 인간의 욕심이지요.
도깨비- 나도 다행일세. 자네가 아직 곁에 있고, 술도 넉넉하고.. 오늘밤은.. 살아보고 싶네.

 

 

(메밀밭에서 산책 중인 도깨비...바닷가에서 혼자 생일 자축하고 소원 빌고 촛불을 끄는 은탁 앞에 도깨비 소환됨)
은탁 - 제가 아홉살 때 이런 거 안 하겠다고 마음 먹었는데요... 너무 급해서 그런 거니까 이해 부탁 드려요.
      (두손 모아) 알바도 꼭 구하게 해 주시고, 이모네 식구들 좀 어떻게 해 주시고, 저 남자친구도 꼭 좀 생기게 해 주세요~ 제발!
      십 원 어치라도 제발! 나 뭐하냐, 누구한테 비냐 신이 어디 있다고. (촛불 끄니 도깨비의 손에서 연기가 나고.)
은탁 - 비까지 내리는 건가요 이거 그치긴 하는 건가요 소나긴가요~ 장마인가요 우산도 두 개 밖에 없는데 비는 자꾸 오고 난리신데요~~~
도깨비- 너야
은탁 - 어휴 깜짝이야 저요 .... 저요 저한테 말거신 거예요
도깨비- 너, 너!  너야 날 불러낸 게 너냐고
은탁 - 제내가요 저 안 불렀는데요
도깨비- 니가 불렀어. 대체 날 어떻게 불러낸 거야
은탁 - 제가 어떻게요 저 진짜 안 불렀다니까요.
도깨비- 니가 불렀어, 분명. 생각해! 어떻게 불렀는지.
은탁 - 절실하게, 제가 부른 게 아니고요. 그냥 제 눈에 아저씨가 보이는 거예요.
       지난번에 거리에서 실수로 눈 마주쳐가지고. 그 아저씨 맞죠 (하교하는 은탁과 도깨비 스쳐지난 적 있음)
도깨비- 무슨 말이야, 보인다는 게
은탁 - 아저씨 귀신이잖아요. 제가 귀신을 보거든요.
도깨비- 귀신 아냐.
은탁 - 처음엔 다들 그래요.
도깨비- 너 대체 뭐야 뭔데 보통은 보여야 되는 게 아무것도 안 보여
은탁 - 뭐가 보여야 되는데요
도깨비- 너의 스무살, 서른살, 너의 미래.
은탁 - 없나 보죠, 미래가. 근데 아저씬 죽기 전에 뭐 무당이었어요 아님 사기꾼 하! 미래 같은 소리 한다~


도깨비- 뭐~ 무슨 꾼
은탁 - 좋은 곳으로 가세요. 오래 떠돌면 안 좋아요~ 근데 그 꽃은 뭐예요 (메밀밭에서 소환돼서 메밀꽃 들고 있음)
도깨비- 가라면서 왜 말 걸어!
은탁 - 알았어요. 가세요.
도깨비- 메밀꽃.
은탁 - 하~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요. 왜 들고 있냐고요. 줘 봐요, 아저씨랑은 안 어울려요.
도깨비- 처음 듣는 소리야~ 진짜~ 처음이야~ 진짜~
은탁 - 줘도 돼요. 오늘 제 생일이거든요. 아주 우울한 생일. (꽃을 건네 줌)
      난 주로 생일에 풀을 받네. 아홉살 땐 배추 받았거든요. 근데 메밀꽃의 꽃말은 뭘까요
도깨비- 연인. (몇 초 후에) 왜 울고 있었는데 알바, 이모네 식구, 남자친구, 셋 중에 뭣 땜에
은탁 -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아요
도깨비- 들렸어.
은탁 - 들렸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도깨비-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하거든, 내가.
은탁 -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준다고요 걔, 지니처럼 뭐~ 수호신 그런 거 진짜요~~~
      처음 봤을 때 다른 귀신들과 느낌이 다르다 했어요. 진짜 내 수호신이에요
도깨비- 니 수호신이라곤 안 했어.
은탁 - 울엄마가 그랬어요. 사람들은 다 자기만의 사전을 갖고 태어난다고.
      제 사전에는 아무리 뒤져도 행복, 행운... 그런 단어는 콧빼기도 안 보이거든요..... 제 말 무슨 뜻인 알죠~~
도깨비- 모르겠는데.
은탁 - 한~ 오백정도 융통 안 되겠냐는 뜻이죠. 현금 융통이 어려우면~ 이번 주 로또번호라도 알려 줘라, 그런 뜻도 포함이고.
도깨비- 이모네 식두들한테 작별인사 해. 한동안 못 볼거다. 닭집 알바 열심히 하고. 붙을 거야. (사라짐)
도깨비- 저기요~ 제 남친은요~~ 여보세요~ 이보세요~ 와, 치사하게 진짜~

 


(도깨비집에서 만난 저승사자)
사자 - 구면이네.
도깨비- 그런 면이 있네.
사자 - 소문은 익히 들어서.
도깨비- 내 소문엔 거품이 좀 많아서. 내 집엔 어쩐 일로
사자 - 여기 살아 (유덕화 커피들고 등장)
덕화 - 이 가구가 옵션이라 딱 몸만 들어오시면~ (삼촌 발견하고 당황하며 ) 언제 들어왔어 삼촌~
도깨비- 설명해. (냉정한 말투)
덕화 - 아니 삼촌 그게, 어차피 이십년은 비잖아 여기가. 그래서 이십년이면 세가 얼만가 하는 그런 순수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거거든 나는.
도깨비- (사자를 가리키며) 너 저게 뭔지 알고 들인 거야
덕화 - 세입자한테 저거라니~ 찻집 하신댔어. 죄송해요 우리 삼촌이 사회생활을 많이 안 해봐서... 커피 드세요.
      (도깨비기에게만 작은 소리로) 아직 돈 안 받았어.
도깨비- 마당에 새 차 있던데.
덕화 - 세입자님 차야. (사자 보며 도와달라는 눈빛)
사자 - 내 차 아닌데. 돈은 이미 다... 줬고.
도깨비- 그렇게 된 사연이므로 돈은 그만 돌려 줄 테니 그만 나가주지.
사자 - 그렇게 된 사연은 알겠으나 이미 계약서에 도장을 다 찍어서. (도깨비가 사자 손에 있는 서류 바로 태워버림)
도깨비- 중요한 서류는 아니었길 바래~
사자 - 방금 건 복사본. 원본은 부동산에. 짐은 내일 들어올거야. 손 없는 날이거든.
도깨비- 다 마셨으면 가. 내가 온정을 베푸는 건 커피까지야.
사자 - 들어가서 짐이나 싸~ 20년 치 짐이면 지금부터 싸도 늦어.
도깨비- 도깨비와 얼굴 붉히는 우를 범해 보시겠다
사자 - 사자와의 계약이 어떤 건지 잘 알 텐데 이집 대신 방금 나간 그 친구 데려가도..
도깨비- 할 수 없네. 빈 방 많으니까 써~ 내집이다~ 생각하고.
사자 - 내집이야~
도깨비- 내집이야~ 도깨비터에서 도깨비를 쫓아낼 수 있으면 어디 한 번 화이팅~(약올림)


(고기 썰고 있는 도깨비. 채식하는 저승사자)
사자 - 야만적이기 이를 데 없군.
도깨비- 소문으로만 듣던 상스러운 식단이네~ (사자가 후춧통을 도깨비의 물컵에 날린다)
사자 - 아 실수~ 내꺼에 뿌린다는 게 그만. (고춧가루를 사자 그릇에 뿌리곤)
도깨비- 아 나도 실수! 너한테 뿌린다는 게.
사자 - 너
도깨비- 아까 호칭 정리 된 거 아니었나~ 이거! 저거! 야! 너!

 

(여기저기 닭 관련 식당을 다녀 보아도 알바가 안 구해져 힘든 은탁.
공원에서 생수 마시는데 누가 담뱃불을 끄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려 불이 날까 싶어 물을 부어 뿔을 끄는데....도깨비 등장)
도깨비- 수호신 이 양반이... 전화번호라도 딸 걸....(생수로 불 끄며)
도깨비- 거 봐, 너야.
은탁 - 아~ 왜 자꾸 쫓아다녀요~
도깨비- 쫓아다닌 게 아니라 니가 또 부른 거야.
은탁 - 그런 재주 있으면 내가 이 고생을 안 하죠~ 내가 무슨 수로 방울 흔들어서 불러요
도깨비-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
은탁 - 아저씨가 자꾸 물어보니까 그렇죠~ 내가 안 불렀다니까~ 그나저나 아저씨 진짜 수호신 맞아요
      종류가 뭔데요~ 뭐 망신, 근신, 내신, 당신 아저씨가 말한 닭집이 혹시 양계장인가요, 양계장 알바
도깨비- 아냐
은탁 - 그럼 어딘데요 괜히 이루어질 것처럼 기대하게 하고.
도깨비- 너 진짜 니가 나한테 무슨 짓을...
은탁 - 아니에요. 내가 진짜 안 불렀어요~
도깨비- 너야. 너라고. 너 맞아. 한번도 이런 적 없었어.
은탁 - 진짜 나예요~ 정말, 진짜 그런 거면 나 대체 뭐지 아~ 뭔지 알았다.
도깨비- 뭔데
은탁 - 나한테 보이는 거 다 말해봐요.
도깨비- 교복입었네
은탁 - 또!
도깨비- 이쁘네...... 교복이.
은탁 - 그게 다예요 날개 뭐, 이런 건 안 보이나~ 나 아무래도 요정인가봐요, 팅커벨 (활짝 웃으며 볼애 손 꽂음, 화난 듯 사라진 도깨비)
      

 

(언제 도깨비가 나타나는지 궁금한 은탁. 성당에서 촛불 끄고 도깨비 소환)
은탁 - 나 알았어요~ 어떻게 부르는지 알았어요~
도깨비- 그래도 여기서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니~ (걸어나가는 도깨비를 쫓아가는 탁)
은탁 - 무서워요 되게 좋으신 분들이라던데~
도깨비- 아부하지마. 신이 어딨냐며~
은탁 - 어디 계신가 해서 한번 와 봤죠~ (도깨비가 걸어가니) 왜 불꽃으로 화르륵 안 가고 걸어가요
도깨비- 여기선 안 돼. 일종의 비무장지대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 따라오지 말고.
은탁 - 제 소원은 어떻게 하실 건데요~ 세 개 중에 세 개가 안 이뤄졌잖아요.
도깨비- 이번에 해결 될거야. 알바도. (말 막으며)
은탁 - 말구요, 남자친구~
도깨비- (버럭) 그건 너도 노력을 좀 해~!
은탁 - 아! 나 이렇게 대하면 안 될 텐데!

 

(도서관에서 촛불 어플로 도깨비 소환)
은탁- 오~ 이건 안 될 줄 알았는데
도깨비- 안 될 줄 알았는데 왜 해
은탁- 다급해서) 어~ 잠깐만요. (도깨비 팔을 잡으니 파란 연기가 난다)


도깨비- 나 붙잡은 거야, 지금
은탁- (놓으며) 도저히 안 되겠다~ (멋쩍어하며) 뜨겁다,, 파랗길래 안 뜨거운 줄 알았어요.
도깨비- 본디 파란불 온도가 제일 , 문과생! 이럴 시간에 공부 좀 해. 문과생.
은탁- 내가 조실부모하고 사고무탁하면서도 1등을 한 번 안 놓친.. 됐구요~
      저기 수호신 뭐 이런 거 말구, 그냥 저 오백 해주고 저 치워 주심 안 돼요
도깨비- 내가 일이 있어서 가야 되거든
은탁- 무슨 일이요 옷이 좀 경건하네요.
도깨비- 내일이 아는 이의 기일이야/
은탁- 근데 왜 오늘부터 가요 지방이에요
도깨비- 그곳은 오늘이 내일이야.
은탁- 언제 오는데요 오늘 내일 저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단 말이에요~
도깨비- 뭐~ 빨리해!
은탁- 이런 질문 이상하게 들릴 거 아는데 오해 마시고 들어주셨음 해요.
도깨비- 알았어. 뭐
은탁- 처음엔 아저씨가 저승사잔가 했어요. 근데 저승사자면 절 보자마자 데려갔을 거예요. 그 다음엔 귀신이구나~ 했어요.
      근데 아저씬 그림자가 있었어요. 그래서 생각을 좀 해봤죠~ 대체 저 아저씬 뭘까
도깨비- 그래서, 뭔데 내가
은탁- 도깨비요. 아저씨 혹시.. 도깨비 아니에요
도깨비- 너 뭐야 너 대체 뭐야
은탁- 제 입으로 말하기 좀 뭐한데... 전 도깨비신부거든요. 제가 귀신 보는 건 아시죠
      제가 태어날 때부터 (어깨에 있는 점을 보이며) 이런 걸 갖고 태어났거든요. 보이시죠 이거. 보이시죠
도깨비- (19년 전 일을 떠올리며) 증명해봐.
은탁 - 제가 도깨비신부인 걸 증명해보라구요
도깨비- 어.
은탁 - 어떻게요 뭐 훨훨 날아요 아님 빗자루로 변해요 (도깨비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
도깨비- 해 봐.
은탁 - 저 지금 되게 진지하거든요.
도깨비- 나두,나한테 보이는 거 다 말해봐.
은탁 - 복수하시는 거예요
도깨비- 말해봐, 보이는 거 다.
은탁 - 키가 크시네요.
도깨비- 또!
은탁 - 옷이 비싸 보여요.
도깨비- 또!
은탁 - 한 삼십대 중반
도깨비- 또!
은탁 - 설마 뭐 잘생겼다 이런 대답 원하는 건 아니죠
도깨비- 내가 원하는 대답은 니가 갖고 있었어야지. 나한테 보이는 게 그게 다라면 넌 도깨비신부가 아니야. 도깨비에게 효용가치가 없거든. 귀신을 보는 건 안 됐지만 어차피 덤으로 사는 목숨이니 감사하며 살아.넌 그저 원칙을 어기고 인간의 생사에 관여한 부작용 같은 거니까.
은탁 - (울먹이며) 내가 감수하기 싫다면요
도깨비- 그냥 원래 명대로 죽는 방법도 있어.
은탁 - 하, 말을 참.  알겠구요~ 아까 한 질문 다시 할게요. 아저씨 혹시 도깨비예요
도깨비- 아니야.
은탁 - 아니에요
도깨비- 아니야.
은탁 - 그럼 뭔데 대체 뭔데 내가 가치 있고 없고를 아저씨가 판단하는데요
도깨비- 십 원 어치 나아지고 싶다며 니 그지 같은 상황을 십 원 어치 정도 걱정하는 사람.... 현실에 살라고. 소문에 살지 말고..... 넌 도깨비신부가 아니니까.
은탁 - 잠깐만요. (문을 열고 나가는 도깨비, 그 문을 따라 지은탁도 들어가니 캐나다.)  저 얘기 아직 안 끝났...
도깨비- 너 지금, 저 문으로 들어온 거야 날 따라서 어떻게 들어왔어
은탁 - 손잡이를 잡는다. 민다. 아저씨를 따라, ..........근데 여기 왜 이래요
도깨비- 야 그래서 내가 묻잖아. 저 문을 도대체 어떻게 따라 들어온 거야
은탁 - 아, 파준가 영어마을 거기 근데 거기래두 이상하지. 여기 어디예요, 대체
도깨비- 캐나다


은탁 - 캐나다 캐나다면 그 단풍국 막 오로라 거기 여기, 여기 진짜 외국이에요 대박, 아저씨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도깨비- 너도 있네, 너 진짜 뭐지
은탁 - 여기가 진짜 캐나다구, 아저씨 능력도 이 정도면.......... 저 결심했어요.
도깨비- 뭘
은탁 - 맘 먹었어요. 제가.
도깨비- 뭘
은탁 - 저 시집갈게요, 아저씨한테. 난 암만 생각해도 아저씨가 도깨비 맞는 것 같거든요. 사랑해요. (활짝 웃는다)


(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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