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도깨비 대사 16화 마지막회

쓸쓸하고 찬란하神 - 도깨비  대사 16화


(​은탁 동네로 가다가 길거리에서)
도깨비-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늘 날이 좀 적당해서 하는 말인데... 네가 계속 눈부셔서 하는 말인데...
그 모든 첫사랑이 너였어서 하는 말인데... 또 날이 적당한 ​어느 날 이 고려 남자의 신부가 돼 줄래?
지은탁- 그럴게요. 이 쓸쓸한 남자의 신부가 될게요. 이 찬란한 남자의 처음이자 마지막 신부가 될게요... 꼭 그럴게요....​
(탁의 이마에 키스)​​



(옥탑방 마당)
지은탁- 엄마... 저 시집가요... 잘...살게요....
​(귀신 나타남)
하얀 원피스 귀신 - 도깨비 만났구나. 시집도 가는구나. 왜 내가 눈물이 나냐....
지은탁- 언...니?
귀신 - 너 우리 보여?
지은탁- 네
귀신 - 이게 얼마 만이야~~~​

 



(저승사자 찻집​ - 교통사고 나서 죽은 두 사람. 회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가 어떻게 기사와 같은 차를 마시냐며 화를 낸다)
사nbsp; -의 그 시곈 이미 멈췄고, 당신이 가진 그 어떤 것도 저문을 넘지 못해! 이승에서 힘 센 사람으로 살았어?​ 하지만 저 문을 넘는 순간 알게 될 거야. 눈으로 지은 죄, 입으로 지은 죄, 손발로 지은 죄, 마음으로 지은 죄가 얼마나 힘이 센지​!  네 놈을 지옥이 어느 바닥까지 끌어당기는지!


(도깨비 은탁 회사 복도에서 기다리다 반장 친구가 스쳐 지나가자  보이는 장면.)
친구 - 너 소개팅 안 할래?
지은탁- 소개팅 싫다니까~
친구 - 이번엔 내 의뢰인~ 돈 많아~ 재벌이야~ 잘 생겼어~ 결정적으로 어려~ 연상 취향이래~  의뢰도 뭐 이상한 거 아니고 상속 관련해서. 어때?

도깨비- 소개팅? 하! (하며 친구의 가방 끈 끊어버리고 은탁의 사무실로 달려감)​
은탁 동료 - 어떻게 오셨어요?
도깨비- 지은탁, 남자친굽니다~ 정확히는 결혼할 사람~~ 결혼식 이번 주말 어때? 아~ 점심부터 먹을까? 나가자~



(한촌 설렁탕 - 음식 많이 시켜 놓고 기다리다 덕화 옴​)
덕화 - 뭐지? 이 격식 갖춘 진수성찬에 남녀가 나란히? 아~ 나 눈치 깠어~ 눈치 깠어~​
도깨비- 그래, 우리 결혼할 사이다. (탁과 덕화 동시에 헐!) 토요일이 나아? 일요일이 나아?
지은탁- 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아까부터?
도깨비- 그럼 점심 때가 나아? 저녁 때가 나아?
덕화 - 난 일요일 저녁, 토요일은 불토라~
지은탁- 왜 그러시냐구요~~?
도깨비- 몰라서 물어? 이래야 니가 소개팅을 안 하지~ 재벌이랑~ 잘생긴 재벌이랑~ 결정적으로 연하 재벌이랑~​
지은탁- 그게 무슨 말이에요?
덕화 - 그 조건에 부합하는 건 국내에 나 뿐인데? 걱정 마요,​ 제 스타일은 아니세요~ 반갑습니다~ 유덕화라고 합니다~ (명함을 줌)
지은탁- 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지은탁이라고 합니다. 우와~ 팀장 됐어~ 팀장~
덕화 - 지은탁이요? 그 오래된 편지 지은탁?
지은탁- 오빤 여전히 모르시는 게 많으시네요~
덕화 - 근데 우리 삼촌이 뭔지는 알고 결혼을...
지은탁- 도깨비요~ 다들 알고 지내는 도깨비 하나씩은 있는 거 아닌가요?
도깨비- 그럼~
덕화 - 대박! 내 건물도 알고, 우리 삼촌도 알고, 뭐지? 왜 나만 계속 모르는 것 같지?
도깨비- 자, 얼른 먹고 더 커~ 다 크면 알게 돼~ (하며 반찬을 덕화 숟가락에 놔 준다)
지은탁- 나두~~ (하니 놔 주며)
도깨비- 소개팅 하기만 해!
지은탁- 곧 유부년데 무슨~~
도깨비- (속엣말) 유부녀!라고 했다.​
지은탁- 어디 살아요?
덕화 - 제 스타일 아니라니까요~
지은탁- 이 직업 적성엔 맞아요?



(호수 있는 공원 의자에 앉아 있는 김사장과 덕화)
덕화 - 삼촌이 결혼한대요....
김사장- 음, 좋은 소식이네요~
덕화 - 예, 그래서 제가 삼촌보다 먼저 결혼하려구요~
김사장- 그건 더 좋은 소식이구요~
덕화 - 그쵸~ 아이도 많이 낳고 키우고 꼭 형제도 많이 만들어 줄 거예요
김사장- 그러면 더 바랄 게 없구요~ 그런데 덕화군! 결혼은 혼자 못 합니다~
덕화 - 저 여자 많습니다~
김사장- 그러니가요~ 많으면 안 되거든요, 그 문젠~​
덕화 - 아!
김사장-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신 분이 있었나요? 못 보면 눈물 나게 그리운 분, 저 사람 대신해서는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신 분이 있었나요?
덕화 - 아직... 그러시는 김대표님은 결혼 생각 없으세요?
김사장- 네, 없습니다~
덕화 - 왜요?

 

 


김사장- 이미 결혼해서 아이가 셋이거든요, 그런 사람과 결혼했구요~
덕화 - 대박! 진짜요? 근데 나 왜 모르지?
김사장- 제가 얘길 안 했으니까요~
덕화 - 왜 애길 안 하셨어요?
김사장- 안 물어 보셨으니까요~ 덕화군은 아직 세상사에 주변인에 관심이 없으시죠?  그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덕화군의 질문들을... 진짜 어른의 질문들을... 세상에 대해 주변인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덕화 - 감사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부지런히 클게요~
김사장- 네~~



(은탁이 운전해서 드레스 맞추러 가는 길, 은탁의 운전실력이 못 미더워 큰소리치는 장면, 드레스 입은 은탁)
도깨비- 엄청 예쁘네~
지은탁- 엄청 멋있어요~ 김신 씨도​~
도깨비- 하루이틀 일이 아닐 텐데~~~ <난 이런 대사가 좋다>
지은탁- 식은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해요. 신비롭게~
도깨비- 응~​



(은탁, 예물 시계 사서 도깨비의 방에 편지와 놔 둠, 돌아와 읽은 도깨비>​
함께 걸어갈 모든 길과
함께 바라볼 모든 풍경과
수줍게 설레게 묻고 답할 모든 질문과 대답들과
그 모든 순간의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신부가요


​(선의 사연을 읽던 동료와 은탁. 사연을 채택하고 은탁은 급하게 써니의 집을 찾아가지만 이미 이사가고 없다.
라디오에서 사연이 흘러나와 사자도 도깨비도 알게 됨. 집을 나와 우체통을 보니 탁에게 남긴 편지가 있다. 도깨비도 집에 도착)
지은탁- 사장님, 떠나셨어요.... 사장님은 기억하고 계셨어요. 홀로 그 기억을 기억하고 계셨어요.  아무 기억이 없는 저를 돌보고 사라진 오라버니를 그리워하며 그렇게 혼자 외롭게요....근데 왜 떠나신 걸까요?​
도깨비- 용서할 수는 없으니까... 이생에서는 다신 안 보는 선택을 한거야.... 저승 그 자에게 그 보다 큰 벌은 없을 테니까.



(사자와 처음 만난 육교에 선 써니. )
김선 - 딱 오십만 ​세고 가야지... 1...2....47...48...49
사자  - 1....(하며 등장) 2.....3.......
김선 - 소식... 안 전할 거예요... 이 생에서는 다신 못 볼 거예요.... 한번만 안아 봐도.. 될까요? (서로 안는다) 잘 있어요...​
사자  - 잘...가요.... (울며 헤어짐)


사자 내레이션 -
그렇게 우리는 이 생에서 ​작별을 고했다. 그녀의 소식이 들려온 건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선을 보내고 침대에서 족자를 보며 울기만 하는 사자에게 과일을 가져온 도깨비)도깨비- 내가 널 위해 이 상스러운 걸 만져봤는데....​ 좀 먹는 게 어때? 사과인데도? 토끼인데도?

 

 

사자  - 써니 씨가 떠났어.....그 여인은 참, 끝까지 항상 잘 가.... 너 그렇게 되고 어찌 할지 몰라 갖고 ​있었어.  진작에 돌려 준다는 게 그만.... (족자를 주며) 늦어서 미안.
도깨비- 처음부터 내 것은 아니었지. 너의 한이구, 그리움이구, 죄였지. 니가 갖는 게 맞는 거 같다.
사자  - 그래도 될까.....?
도깨비- 응. 이거 먹으면. 그리고 고마워. 위패 모시는 그 절. 나 없는 구 년 동안 니가 매년 촛불 밝혀줬다더라.
사자  - 그들을 기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죄와 마주해 보려고.....
도깨비- 누가 좀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한테. 그만 되었다. 그만하면 되었다... 하구.
 
 
 
(카페 저승 여자 후배를 부른 사자)
여후배- (불안한 얼굴로) 보자구 하셨다구.....
사자  - 응, 너에게 비밀을 하나 알려 주려구.
여후배- 비밀이요?
사자  - 전생에  큰 죄를 지으면 저승사자가 된다는데 그 죄가 무엇인지... 우리가 지은 큰 죄는 스스로 생을 버린 죄야.   스스로 생을 버린 자들을 저승사자로 눈 뜨게 해 수많은 죽음을 인도하며,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존재로 살게 한 이유가 뭘까?   이름도 없는 자가 기억도 없는 자가, 집도 필요하고, 먹을 것도 필요하게 한 이유말이야.
      그 질문들에 답을 찾다 어느 날 문득.. 우리가 포기한 것들이... 이름이... 우리가 버린 생이...갖고 싶어지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이 간절해지면 우리의 벌이 끝나는 게 아닐까..... 니가 나를 피한 이유를 알아.  구 년 전에 박중헌과 만났을 거라는 짐작이 가거든. 그래서 넌 니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 알았을 거야. 그래서 사과하고 싶었어.
      그렇게 너의 손을 빌려 죽음을 취해선 안 됐었다. 후회한다.... 그리고 용서를 빈다..... 그러니 다 잊어. 잊고 살아.   망자들의 마지막을 잘 배웅하며 그렇게 속죄하며 살아. 너도 너를 용서하게 되길 바란다.  신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자신의 죄를 용서하며 생의 간절함을 깨닫는 것일 테니....
 
 

 


 
(이모 젯밥을 차리며 다투는 은탁. 내가 이대로는 못 가지~ 하며 화 내자, 하얀 옷 귀신 친구가 나타나 이모를 데리고 감)
지은탁- 이모 키워 주셔서 감사했어요. 다음 생엔 좋은 인연으로 만나요.
이모 - 내가 널 또 왜 만나!  <끝까지 못 된 이모답다>




(사자의 부름에 도깨비 집에 온 탁)
지은탁- 혹시.. ​명부가 온 거예요?
사자  - 아니야, 그런 거.
지은탁- 하~ 놀래라.
사자  - 걱정 돼?​ 명부가 올까 봐?
지은탁- 걱정된다기 보단 궁금해요, 내 운명이. 어떻게 바뀌었을찌.
사자  - 니 운명엔 하두 변수가 많아서.
지은탁- 낙인도 없어졌구, 검도 뽑았구, 그래서 이렇게 별탈 없이 살았구, 그치만 내가 기타누락자란 사실은 변함이 없구.   태어나지 못할 뻔두 했구,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어두 봤구, 심지어 지금 이렇게 내 앞에 있는 분은 저승사자구...  무엇보다 인간은 언젠가 죽으니까요. 그래서 생이 더 아름다운 거구... 그래서 기억 돌아​오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야겠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이 기억이 내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러니 매 순간 죽어라 살고, 사랑해야겠다... 그랬어요.
사자  - 너의 생은 이미 아름다워. 알아 둬. <툭 던지 이 말이 은탁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을까..>
지은탁- 아, 근데 줄 게 뭔데요? (사자가 상자를 준다, 상자를 열어 보니 부케) 와~

 


사자  - 결혼 축하해~ 도깨비 신부~
지은탁- 감사합니다~




(메밀밭, 정화수 한 그릇)
도깨비- 죽음이 우리를 갈아 놓을 때까지, 너의 모든 말에 그게 뭐든, 나두.
지은탁-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아도, 당신의 모든 말에 그게 뭐든, 나두요.​




(신혼 집들이에 초대 된 덕화와 김사장. 김사장이 놀랄 만한 일들만 벌이는 사자와 도깨비.
샴페인병을 손으로 차갑게 하거나, 냉장고 안의 숙취해소제를 염력으로 꺼내는 일 등을 보고 기절하는 김사장)
덕화 - 아~ 진짜~ 조심들 좀 하자~ 삼촌들~ 너무 부주의하고~ 천진난만해~~ 뭐지? 왜 이 말이 입에 딱 붙지?
 



(침대에 누운 도깨비와 은탁 마주보고 있다)
지은탁- 졸리다.​
도깨비- 굿 나잇.​ 사랑한다.



(탁 삼실)
동료 - 이번 방송​ 진짜 약 빨았다~ 선곡 죽이고~ 시간 딱 맞추고~ 시청자 게시판 반응 좋구~ 드물게 완벽해~



(게스트 섭외하러 가는 은탁, 꽃 사들고 장 봐오는 도깨비..  은탁 운전하고 가다 사자와 눈 마주쳐 손 흔들어 인사함.
사자와 후배사자 유치원 버스 아이들이 명부에 있었으나,잠시 후 아이들의 명운이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음. ​
조금 전의 은탁을 떠올리며 뭔가 불길한​ 느낌을 받은 사자,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후배가 묻자)
사자  - 명부가 없이 오는 죽음 때문에 ​
후배 - 명부가 없이 오는 죽음도 있습니까?​
사자  - 계산할 수 없는 죽음.



(도깨비 탁에게 전화해)
도깨비- 너 어디야? 왜 빨리 안 와~ 지금 시간이 몇 시야~~
지은탁- 지금 오후 네 시구요~ 저 미팅 가는 중이구요~ 잠깐만요, 우회전 좀 하구요~
도깨비- 우회전은 오른쪽이다~
지은탁- 아 진짜~ (그때 브레이크가 고장난 트럭이 비탈길에서 내려오고 있다. 유치원 버스가 우회전 하는 자리에 서 있다.)   나 미쳤나 봐~​ 저 아이들! (하면서 피하지 않고 트럭과 충돌해버리고 죽음. 전화 통화하다 와인을 떨어뜨리는 도깨비)

지은탁- (내레이션) 생각해 보니 완벽한 하루였다. 깨어나 보니 그 사람의 품속이었고, 계란 후라이도​ 완벽하게 해냈고, 만족스러운 방송이었다. 그 모든 완벽함은 나를 이 순간에 대려다 놓기 위함이었다 보다...그러니까 늦지 말라고.. 일분 일초​ 늦었음 안 되는 거야... 이럴 운명이었던 거야........

 

 

 (운전석에서 죽어가는 은탁, 전날 침대에서 도깨비가 한 말 '굿나잇, 사랑한다.​'를 떠올리며) 나두요.....



(사자 사고를 보며)
사자  - 인간의 희생은 신이 계산할 수 없는 영역이고 내다볼수조차 없겠지...  그건 그 순간의 본능이고, 온전히 한 인간의 선택이니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니까.
후배 - 이젠 명부가 왔습니다.
사자  - 지독히도 못된 신의 질문에 지독히도 슬픈 대답을 했구나, 기타누락자.



(망자가 된 은탁을 데리러 온 사자에게)
지은탁- 왜 이러지, 하면서도 그러고 있더라구요. 저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아저씨....



(저승 찻집)
지은탁- 아저씨,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인간에겐 네 번의 생이 있다면서요. 저는 몇 번 째 생이었어요? 망자에겐 말해 줄 수 있지 않아요?
사자  - 너는 첫 번째 생이었다.
지은탁- 다행이다... 세 번 남았다.... (그때 문이 열리고 도깨비 들어옴)
사자  - 차 내올 게. 얘기 나눠. (껴안고 우는 도깨비와 은탁)
지은탁- ​내가 전에 한 말, 기억해요? 남은 사람은 또 열심히 살아야 한다구. 가끔 울게는 되지만 또 많이 웃고   또 씩씩하게, 그게 받은 사랑에 대한 예의라구....
도깨비- 어떻게 이렇게... 너 나한테 어떻게... 이렇게...
지은탁-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나 좀 봐봐요... 얼굴 좀 보여 줘요.... 아저씨 내 소원 세 개 중에 하나 안 들어 줬잖아요. 지금 들어 주면 안 돼요? 너무 오래 아파하지 말구, 또 만나러 올거니까 잘 기다리구, 비 너무 많이 오게 하지 말고 시민들 불편하니까.
도깨비- 하난데 왜 세 개 말해.... 너 없이 나 어떻게 살아....
지은탁- 잠깐만 없을게요... 약속할게요... 이번엔 내가 올게요.. 내가 꼭, 당신 찾아갈게요...   다음 생엔 꼭 생명 가득하게 태어나서 오래오래 당신 곁에 있을 게요. 그렇게 해달라구 저 위에 가서 제가 졸라 볼게요.​... (사자 바라보며) 모두가 다 떠났을 때 이 사람 좀 들어다 봐 주세요...  차는 안​ 마실게요. 나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빨리 올게요. 막 뛰어갔다가 올 때도 막 뛰어올게요.
도깨비- 꼭 와야 돼.. 백 년이 걸려도.. 이백년이 걸려도 기다릴 테니까, 꼭!
지은탁- 있다가 또 만나요... (하며 저승문으로 나감​)



(사랑하고 사랑받은 도깨비 신부.. 여기 잠들다- 라고 쓰인 종이)​ 둘이 만났던 바닷가에서 태움.



사자 내레이션 -
그날 기타누락자는 누군가의 눈물 속을 영영 걸어갔다.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는 시간들이 빗물에 쓸려 내려갔다. 아주 긴 우기였다. 기타누락자는 수호신이 사라진 이 세상에 수호신을 다시 소환해 남겨 두고 떠났다.더 없이 쓸쓸하고 찬란한 수호신을.....




(푸드 트럭​ 하는 젊은 삼신할매. 혼잣말로 '이젠 엄마 만났겠네.' 트럭 앞에서 떡볶이 먹는 여학생 두 명)
학생1 - 너 그 삔 뭐냐? 설마 니 돈 주고 샀냐?
학생2 - 나 아냐~ 우리 아빠 취향이야~
학생1 - 그럼 니네 아빠 볼 때나 해~ 왜 밖에가지 하고 다녀~
학생2 - 난 아빠가 볼 때나 안 볼 때나 우리 아빠 사랑하니까 상관하지 말고 닥쳐 줄래?
학생1 - 아휴, 난 삔 사 줄 아빠도 없어서 모르겠다....
학생2 - ​야, 예능에 왜 다큐로 받아... (삼신을 보며) 뭘 봐요?
삼신 - 요즘 애들 무서워~
학생2 - 하, 뭐래~​
삼신 - 아가, 그맘 때 다 그런 거 알지만, 그맘 때 꼭 안 그래도 된단다. 그저 니들이 예뻐서 어찌 저리 예쁠까 본 거야.
학생1,2- 죄송합니다.
삼신 - 어묵 더 줄까?​




​(은탁의 빨간 목도리를 하고 탁과의 추억이 있는 길을 걸으며 그리워하는 도깨비)




(30년 후 카페에서 후배 사자와)
후배 - 마지막 명부입니다. 긴 벌이 끝나셨습니다.
사자  - 한 장인가?
후배 - 네.
사자  - 드디어 이 긴 벌의 마침표네.
후배 - 축하드립니다. 편안히 가십시오.
사자  - 신세 많이 졌다... 고마웠다.....



(방 짐 정리하다 저승사자, 명부를 열자 명부에 ​적힌 이름은 바로 김선이었다.)
소식 안 전할 거라더니.... 소식이 왔네요......




사자  - 마지막 출근이야.
도깨비- 잘 가고
사자  - 잘 있고
도깨비- 어느 시간 속 어떤 모습이든 행복하고
사자  - 그동안 잘 살았어.... 비 내리게 하지 말고...
도깨비- 걱정 마. 이별은 내 오랜 업이라....
사자  - 빨래 탈수 다 되면​ 좀 널고, 다 널고 나면 찻집으로 와. 규칙을 한 번 더 어겨 볼까 해. 어차피 가는 마당에.




(찻집 문을 여는 68세 써니 할머니의 뒷모습. 들어가면​ 젊은 써니의 모습. 3번째 생을 마감하는 자리)
김선 - 하나도 안 늙었네요. 여전히 잘 생겼구, 잘 지냈나요?
사자  - 소식 안 전한다더니....
김선 - 깜빡한 거죠. 내가 만난 남자가 저승사자라는 걸. 이 소식이 이리로 올 줄 알았나....
사자  - 보고 싶었어요....
김선 - 그럴 줄 알았어요....
사자  - 써니 씨가 제가 인도하는 마지막 망자입니다.
김선 - 그렇군요.. 그럼 그 다음엔요? 우린 어떻게 되나요? 이렇게 해피엔딩인가요, 우리?
사자  - 써니 씨는 세 번째 생이군요.
김선 - 당신은요?
사자  - 글쎄요...
김선 -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는 거군요.

 


사자  - 당신의 오라버니가 와 있어요, 밖에. (창밖을 보니 도깨비 서 있다.)
도깨비- ​오라비는 안중에도 없고~
김선 - 이렇게나마 얼굴 뵙고 갈 수 있으니 마음이 좋네요.
도깨비- 내가 벗을 잘 사귄 덕이다.
김선 - 오라버니 두고 먼저 가서 죄송해요. 언젠가 또 만나요....
도깨비- 행복해라.... 우리 못난이.....
(둘이 손 잡고 망자의 길로 떠난다.)

 



(한강변으로 보이는 곳. 도깨비가 앉아 있는 벤치에 와서 앉는 한 사람. 샌드위치를 들고 있다. 반쪽을 건네 주며​)
김서방- 샌드위치가 왜 두 갠지 알아요? 하나씩 나눠 먹으라고.. 이 넓은 세상에 우리 써 줄 곳 하나 없겠습니까~  나이도 젊은 양반이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그렇지만 힘 냅시다. 늦게 빛나는 인생도 있지 않겠어요?
​(도깨비 내레이션)
누구의 인생이건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세상으로 떠밀어 주었다면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다.
김서방- 그럼 갑니다 (하며 일어서니)
도깨비- 이보게 김서방, 그리 말고 이리로 가게. 자네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걸세. 샌드위치 값일세.
(도깨비가 말해준 그 길로​ 가니. 늙은 모습의 김회장 차가 고장나서 살피고 있다. 제가 좀 봐드릴까요~ 하며 인연이 된다)



(도깨비는 또 한국을 떠날 시기가 되어 짐을 싸서 떠나는 중에 우연히 촬영 중인 곳을 지나친다.
배우가 된 선과 강력계 형사가 된 왕여의 모습을 본다.)​ 내레이션 -
그날 등불을 올리며 나는 먼 생의 내 누이와 먼 생의 나의 주군이 내세에서 다시 만나길 다시 만난 그 생에선 부디 행복하길 빌었었다....​



​(선과 여, 선에게 수갑을 채운 여)
김선 - 아, 뭐니 이게~?
왕여 - 범인을 제압할 땐 단번에, 수갑을 채울 땐 가차없이~ 미란다 원칙 고지는 정확하게~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김선 - 뭐냐고 물었잖아요? 내 말이 어려워요?
왕여 - 범인 체포하는 장면 시범 보여 달라 하셨잖아요~
김선 - 아니, 그걸 나한테 보여 달랬지, 나한테 하랬어요? 범인 저깄잖아요, 저기!
왕여- 아 범인이 저쪽이에요? 워낙 범인 같으셔서... 미안합니다~ (하며​ 수갑 풀어 줌)
김선 - 아이씨~ 딱 봐도 형서 아닌가 내가?
왕여- 딱 봐도, 다시 봐도, 계속 봐도, 범인 같으신데~?
김선 - 이 사람이 진짜~ 내가 어디가 범인 같은데~ 내가 뭐​ 당신 마음이라도 훔쳤어요?
왕여 - 거 딱 봐도 도박판에 있는 마담 같은데~ 머리부터 발 끝까지~
김선 - 딱 내가 마담이니까~ 언더커버잖아요~ 이게 지금 2016년도 배경 시대극이라... 어휴 됐구, 감독님! 이 사람 뭐예요? 뭔데 이래 나한테~?​(감독이 다가와 소개 시켜 줌)
왕여 - 강남서 강력계 이혁입니다~
김선 - 혁이래~ 대박~!
왕여 - 다 들려요~




​(여관 카운터)
김선 - 아니 그게, 오해는 하지 마시구요~ 제가 배우인데요~ 여기 로케를 왔는데 스태프가 방을 안 잡아 놔서  어쩔 수 없이 왔어요~ 어쩔 수 없이~ (하면서 이혁의 팔을 툭 치자)
이혁 - 스타일리시틉니다~ (하며 카운터 구멍 안으로 고개를 내민다)
주인장 - 아 방이 하나밖에 없는데
김선 - 동서양을 막론하고 항상 어떻게 이렇게 방이 하나밖에 없는지~ 어쩔 수 없네~ 그 방 줘요~ (또 이혁의 ​팔을 툭 치자)
이혁 - ​빨리주세요~
김선 - 아니 무슨 여배우 방을 안 잡아 놔~~
주인장 - 안 물었거든요~~ 여기 키.
김선 - 앞장 서요, 스타일리스트~(그때 들어오는 연인에게 주인장이 똑같이 "아이구 어떡하나, 방이 하나 밖에 없는데~)
김선 - 못 들은 척 해요~
이혁 - 안 들렸어요~ (하며 선의 손을 잡는 이혁)



(카페에 마주 앉은 선과 이혁)
김선 - 그래서, 우리 뭐해요?
이혁 - 뭐가요?
김선 - 아니 뭐, 사귀자 만나자 좋아한다 뭐, 이런 거~ 언제 할 거냐구요~~ 안 할거냐구!
이혁 - 내가 먼저 해야 됩니까?
김선 - 그럼 내가 먼저해요? 나 명색이 여배운데? 먼저 좋아하는 것도 약 오르는데~
이혁 - 누가 그래요, 먼저 좋아했다고?
김선 - 다 그래요, 내가 먼저 좋아했다고. 아니에요?
이혁 - ​아니에요.
김선 - 뭐가요?
이혁 - 내가 먼저 좋아했어요. 이게 내 진술, 아니 내 진심입니다.
김선 - 쪼금만 늦었어도 내가 먼저 좋아할 뻔 했잖아요~ 손 좀 내밀어 봐요~ (혁의 손목에 팔찌를 끼워준다)
이혁 - 뭡니까?
김선 - (작은 소리로) 수갑 같은 걸로 생각하세요~​ 지금 내 맘 훔쳤으니까~
이혁 - 이거 뇌물 아닙니까?​
김선 - 그럼 체포하시든가​ (자신의 손목에 똑같은 팔찌가 있음을 보여 주니 다가가 키스하는 이혁.) 그럼 오늘부터 우리 1일이에요~


 

​(캐나다 집.)
집사자  - 나리. 어디가십니까?
도깨비- 산책 좀 할까하여...
집사자  - 그럼 큰길은 피하십시오​. 한국에서 학생들이 여행을 와 좀 시끄럽습니다.
도깨비- 다녀오겠네.
집사자  - 네, 나리.​



(묘지에서 책 읽고 있는 도깨비. 환생한 은탁, 박소현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다. 그를 발견하고는 '찾았다')
(회상 - 천년만년 가는 슬픔이 어딨어, 사랑이 어딨고) 난 있다에 한 표~ (회상 - 어느 쪽에 걸 건데) 슬픈 사랑
(도깨비​가 바라보니 다가가) 아저씨 나 누군지 알죠?
도깨비- 내 처음이자 마지막 도깨비 신부.​

 

반응형

공유

댓글

Web Analy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