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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20여 년 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면서 배낭여행으로 간 적이 있었다. 솔직히 어린 나이라 그런지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 생각과 많이 차이가 있음을 알고 새삼 놀라워한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시대가 많이 변했으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때만 방송에조차도 다른 나라를 교류 있게 촬영한 곳이 없을 때이니 여행 전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비슷할 거라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요즘은 웬만한 나라는 다녀본 사람들이 많을 정도의 우리나라의 해외여행객은 많다. 그러니 좋은 구경을 하고도 가슴설렘이 적어진다. 또한 여행을 다니며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조차도 그냥 생각 없이 눈요기로 보고 맛있는 음식만 찾아 다니려고 하는 모습에 후회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반성을 한다고 해도 다시 가슴을 설레기엔 나의 시각이 많이 무디어 있는걸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여행해보면 나처럼 많은 것이 새롭고 사고방식도 차이가 크며 또한 문화도 새로워 보일 것이다. 한국을 여행 중이라거나 한국을 알고 있는 외국인을 만나면, 우리는 그들의 시선에 비춰지는 한국을 궁금해 한다. 우리에겐 너무나도 낯익고 익숙해서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이곳이 그들에겐 어떻게 느껴질까, 더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자부심을 갖는 부분들이 그들의 눈에도 동일하게 담기길 내심 기대하는 것이다.


MBC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이하 ‘어서와’)의 기획은 이러한 맥락에서 상당히 훌륭하다. 이탈리아, 독일, 인도, 핀란드 등 다른 문화와 환경을 가진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와서 그들만의 성향을 따른 그들만의 여정을 즐긴다. 우리가 삶을 틀고 있는 낯익다 못해 따분한 한국의 모습은, 그들의 눈과 입을 통해 생소하면서 낯설게 표현된다. 흥미롭게도 이것이, 여행이든 뭐든 해외로 나가고만 싶어 했던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보지 못했던 고국의 가치를 새삼 일깨우게 만든다. 프로그램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성과였을 지도.

단순히 한국이 처음인 외국인들이 나와서 김치를 먹고 찜질방을 가고 하는 등에서 멈췄다면 별 감흥은 없었을 테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오늘, ‘파란 눈과 높은 코의 외국인’(상징적인 의미에서의)은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브라운관에서 외국인을 보는 것 또한 ‘비정상회담’ 이후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 되었다. ‘어서와’의 차별성은 초대만 할 뿐 여행하는 일은 외국인들에게 고스란히 맡겼다는 것과 이를 하나의 관찰 프로그램, ‘리얼 버라이어티’로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

물론 일정 속엔 그들을 한국으로 초대한 친구(외국 출신 방송인)의 입김도 들어갔겠지만, 아무리 한국 생활에 적응했다 치더라도 외국인은 외국인이다. 어찌 됐든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을 바라본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단 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너무도 다른, 뻔하지 않은 여행의 양상을 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독일편에서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의 친구들은 몇 시간을 달려야 등산을 할 수 있는 독일과 달리, 언제든 오를 수 있는 산이 근거리에 존재하는 서울의 모습에 감탄했다. 익숙해서 느끼지 못했던 서울이란 도시의 매력을 그들을 통해 재인식하게 된 것이다. 반면 핀란드편에선 방송인 패트리 칼리올라의 친구들이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는 대목을 통해, 한국의 전 역사가 담겨 있어야 할 곳에 정작 근대 이후의 역사, 그러니까 일제 치하 이후의 역사는 제대로 전시되어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를 향한 낯설고 객관적인 시선이 아니라면, 그 속에 진정성 어린 관심이 담기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부분들이다. 진정한 자부심과 자존감은 좋은 점은 좋은 점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개선할 점으로 온전히 파악될 때 생긴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그램은 예능이지만 그 예능속에 우리나라에서 볼수 없었던 다양한시각과 생각을 할수 있게끔 하는 방송이다. 그저 예능프로그램일 뿐인 ‘어서와’가 이러한 성과를 얻어내고 있단 점이 신기하다. 프로그램에 실리는 상당한 가치와 의미를 부인할 수 없는 이유다


<사진출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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